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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감자조림의 추억

신문에 나오는 한인 수퍼마켓 광고를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석류, 대추, 감은 가을 과일이다. 몇주 전 철 지난 이 가을에 조림용 여름 꼬마감자의 광고를 보았다. 어려서 반찬이 없어 억지로 먹던, 내가 싫어하는 조림감자다.

밭 농사하시던 엄마는 봄이면 땅 속에 묻어두었던 씨감자 눈을 도려내 재에 묻혀 쌀쌀한 봄날에 심었다. 6월말경 장마 전 감자를 캐서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확을 한 농사꾼은 제일 좋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다. 팔다 안 팔리는 나머지를 버릴 수 없어 집에서 먹을 때가 많다. 짜디짠 집간장에 껍질이 쪼글쪼글 하게 졸여진 동글고 작은 감자조림이다.

중학생이 돼서부터 나는 감자를 캐서 그늘에 펼쳐 말릴 때면 바구니를 들고 나가 제일 큰 것부터 골라 담았다. 그때 엄마는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 그때가 아니면 늘 팔다 남은 못난 감자만 먹게 된다. 큰 햇 감자를 찔 때 소금 야간 뿌리고 쪄 놓으면 폭신폭신하고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나는 감자를 먹으며 우리말에는 음식 이외에도 '먹는다'는 말을 쓴다는 것을 생각했다. 먹을 것이 귀해 먹는다는 말을 썼었나? 나이를 먹는다, 욕을 먹는다, 시간을 잡아먹는다, 돈을 떼어 먹는다, 도둑질 해 먹는다, 운동경기중 한꼴 먹었다, 귀가 먹었다 등등. 우리는 생활화돼 이해가 쉬운 '먹는다'는 말이지만, 외국인이 한국말 배울 때는 이해하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먹는다'는 말이 진짜로 먹는다는 뜻이 아닐 때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 것이 대부분이다. 조림감자를 생각하면서 갑자기 '먹는다'는 말을 떠올려봤다. 마치 그 뜻이 어릴적 먹기 싫었던 조림 꼬마감사 같은 느낌이어서 웃음이 나온다.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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