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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서 이틀째 격렬한 반정부 시위…'왓츠앱 수수료'에 분노(종합)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10/18 05:38

수천명이 도로 막고 정권퇴진 요구…하리리 총리, 내각회의 취소

(서울·카이로=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중동국가 레바논이 이틀째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혼란에 빠졌다.

레바논 시민 수천명은 18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 등 주요 도시에서 경제난과 소셜미디어 왓츠앱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거리시위를 벌였다고 아랍권 매체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시민들은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웠다.

학교, 은행, 상점들은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로 문을 닫았으며 베이루트의 국제공항으로 가는 도로도 차단됐다.

이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시위 참가자 로리스 오베이드는 AP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려고 이곳에 왔다"며 "나라는 부패하고 모든 거리에 쓰레기가 널려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질렸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반정부 시위는 레바논에서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하는 여론이 컸던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레바논에 주재하는 쿠웨이트대사관과 이집트대사관은 각각 자국민에게 시위 지역을 벗어나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려고 계획했던 내각 회의를 취소했다.

레바논에서 이틀 연속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왓츠앱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자말 알-자라흐 레바논 정보정관이 17일 각료회의 직후 내년부터 왓츠앱 등 메신저프로그램 이용자에게 하루 20센트,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제난에 신음하며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질 대로 커진 시민들은 타이어를 불태우고, 상점 간판 등을 부수는가 하면 진압 경찰에 플라스틱병을 던지는 등의 행동으로 정부의 새로운 세금 징수 계획에 불만을 표출했다.

레바논 정부가 왓츠앱 등에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수 증대를 위한 것이다.

역내에서 평균 휴대전화 이용료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레바논에서는 이용자들이 왓츠앱 등 메신저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린 여파로 지난해 국영통신사 2곳의 수입이 약 33%까지 급감했다. 레바논 통신 시장은 국영통신사 2곳이 과점하고 있다.

압둘라라는 이름의 시민은 로이터에 "우리는 비단 왓츠앱 때문에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니다. 연료, 식품, 빵과 같은 모든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실정이 이번 시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베이루트의 정부 청사 인근에서는 정부 청사로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을 쏴 저지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레바논 적십자사는 경찰의 최루탄 발포로 호흡 곤란을 겪는 시위대 22명을 병원으로 이송했고, 경상을 입은 77명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베이루트의 한 상점에 있던 시리아인 노동자 2명이 시위대에 의한 화재로 질식해 숨졌다고 외신이 전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는 이날 늦게 왓츠앱 등에 이용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29일에도 경제 위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진 바 있다.

최근 레바논은 대규모 부채와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심각한 경제 문제에 직면했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한다.

레바논에서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이 약 37%나 될 정도로 실업률도 심각하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금융 지원의 대가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는 레바논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내후년 2%, 2022년에 추가로 2%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레바논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 여러 종파가 어우러진 '모자이크 국가'로 불리지만 1975년부터 15년간 내전을 겪었다.

ykhyun14@yna.co.kr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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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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