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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멕시코 '마약왕 아들 체포작전'…'카르텔에 무릎' 비판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10/18 10:38

당국 "성급한 작전" 시인…총격전에 경찰·민간인도 희생
'총알 대신 포옹' 현 정권 범죄대책 둘러싼 논란도 증폭될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군경이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아들을 잡았다 놓아준 것을 두고 멕시코 내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이 성급하게 체포 작전에 나서 도시에 총격전을 야기하고 결국 구스만 아들마저 놓아주자 정부가 카르텔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레포르마는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차피토가 4T를 무릎 꿇렸다"고 썼다.

차피토는 '작은 엘차포'라는 뜻으로,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던 구스만의 아들을 가리키며, '4차 변혁'의 줄임말인 '4T'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권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결국 멕시코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항복했다는 비판이었다.

전날 멕시코 군경은 서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 체포 작전을 펼쳤다.

오비디오가 은신하고 있는 주택을 습격해 그를 붙잡았으나 이를 저지하려는 카르텔 조직원들이 격렬한 총격전을 벌여 쿨리아칸이 전장으로 변하자 결국 오비디오를 놓아주고 후퇴했다.

다만 멕시코 당국은 오비디오를 정식으로 체포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성급했다'고 시인한 이 작전으로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 5명과 국가방위대 대원 1명, 민간인 1명, 수감자 1명이 숨졌다고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멕시코 국방장관은 밝혔다. 체포자는 1명도 없었다.

결국 당국이 준비되지 못한 작전으로 도심을 불구덩이로 만든 것도 모자라 다 잡은 범인마저 풀어준 셈이 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오비디오를 놓아주기로 한 것은 안보 각료회의의 결정이었다며, 이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인 한 명을 잡는 것보다 시민의 목숨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전략대로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로 불을 잡을 수 없다. 그것이 이전 정권과 우리 전략의 차이점"이라며 "우리는 죽음을 원치 않고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단호한 설명에도 정부 대처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칼럼니스트인 엘레한드로 호프는 트위터에 "철저한 계획도 없이 카르텔 두목을 잡으려다 전면전을 야기한 것보다 더 나쁜 유일한 경우는 철저한 계획도 없이 카르텔 두목을 잡으려다 전면전을 야기하고, 두목마저 풀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러큐스대의 글래디스 매코믹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 하나는 전날 전투에서 시날로아 카르텔이 승리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당국이 오비디오를 풀어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쿨리아칸과 멕시코 전체 시민들에게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안보 각료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 정권 범죄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줄곧 이전 정권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이 멕시코를 '무덤'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폭력으로 폭력에 맞서기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에 치중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 정권 들어서 살인율이 사상 최고치로 증가세를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범죄대책이 지나치게 순진하고 낙천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쿨리아칸 총격 이후 소셜미디어와 멕시코 언론매체 댓글에는 허약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총알 아닌 포옹'(abrazos, no balazos)으로 요약되는 현 정권 범죄 대책을 가리켜 "포옹으로 이런 카르텔을 잘도 잡겠다"고 조롱한 네티즌도 있었다.

일간 엑셀시오르의 칼럼니스트 호르헤 페르난데스 메넨데스도 이날 칼럼에서 전날 사건은 "납득할 수 없는 항복"이라며 "포옹하고 꾸짖는 것은 이미 과거의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mihye@yna.co.kr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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