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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처럼 까먹지 않아" 양금덕 할머니, 분노의 유니클로 패러디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0/21 13:04

양 할머니, 패러디 영상 참여 심정
“日사죄도 못 받았는데…원통하다”
윤동현씨 영상에 “잊혀지지 않는다”
유니클로측, ‘조롱 논란’ 방송 중단

1년5개월의 ‘지옥’…끔찍한 고통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8월 10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경제침탈 아베규탄! 광주시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00년이 지난들 잊겄어. 정확히 74년 전이여. 내가 갈 때만 138명이 배를 탔제.”
22일 오후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양금덕(89) 할머니 목소리는 떨렸다. 최근 위안부 및 강제징용 조롱 논란을 일으킨 유니클로의 광고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양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서 17개월간 강제징용 피해를 겪었다.

양 할머니는 유니클로 광고에 대해 “강제징용 후 74년간 사죄도 못 받았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겨 원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주·목포·광주·순천·여수에서만 138명이 배를 탈 때나 온종일 매를 맞아가며 비행기를 닦아낼 때 일은 100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5월 ‘학교를 보내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시모노세키행 배를 탔다”며 “비행기를 만드는 미쓰비시 공장에서 1년 5개월을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텼다”고 했다. 또 “(유니클로 광고) 얘기를 듣고는 하도 원통하고 분해서 학생이 하자는 대로 푯말을 들었다”라고 했다.




위안부 조롱 논란을 일으킨 유니클로 광고 한국어 자막. 오른쪽은 윤동현씨가 SNS에 올린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 [뉴스1] [뉴시스]





유니클로 광고, “원통하고 분해”
양 할머니가 말하는 ‘푯말’은 최근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 영상 속 팻말을 말한다. 그는 전남대 사학과 윤동현(25·4학년)씨가 지난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양손에는 일본어로 ‘잊혀지지 않는다(忘れられない)’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서다. 이를 본 윤씨가 “할머니, 그 문구 완전 좋은데요!”라고 말하자, 양 할머니는 “난 상기시켜 주는 걸 좋아하거든!”이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누구처럼 원폭이랑 방사능 맞고 까먹지는 않아”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씨가 만든 영상은 지난 15일 공개된 유니클로 국내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 광고에는 9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등장해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영상에서 할머니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냐”는 질문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답한다.




21일 오후 서울 유니클로 광화문점 앞에서 평화나비네트워크와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유니클로 광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뉴시스]





광고 패러디 영상, 10만뷰 돌파
하지만 실제 대사와 달리 한국어 자막은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의역돼 있다. 이는 1930년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지던 80년 전을 지목해 조롱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고, 의역은 단순히 광고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지난 18일부터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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