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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앤젤리노의 특권 'LA필하모닉'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문화담당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문화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4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23 19:14

요즘 들어 부쩍 한국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부산 해운대 백사장도 밟아 보지 못했고 그 멋있다는 남해의 다도해 풍광도 눈에 담아 보지 못했다. 울릉도도 가보고 싶고, 제주도 올레길도 서울의 둘레길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

대학생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지만 가본 곳이 별로 없다. 어려서는 여행에 관심도 없었지만 언제라도 가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미루고 미룬 탓이다. 하지만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르는 일이다. 내 나라를 떠나 미국에 터를 잡고 살리라고는, 한국 여행길이 해외 여행길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1~2주 휴가를 내야,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하루하루 숙박도 예약해야만 한다. 그 놓쳤던 수많은 것들이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LA에서도 여전히 놓치고 사는 것이 많다. LA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도 세계적인 미술관도, 연중 열리는 수준 높은 공연문화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그 중에서 LA필하모닉이 그렇다.

LA필은 100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실상부 미서부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1919년 윌리엄 A. 클라크 주니어가 창단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그 역량을 넓혔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했다. 지난 3월에는 100주년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도 공연을 했다. 한국팬들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이었다. 한인이 많이 사는 LA의 대표 오케스트라니 왠지 한국에서 콘서트를 많이 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지난 100년간 한국을 방문한 것은 올해 3월을 포함 고작 4번뿐이다. 1956년 첫 방한했고 이후 26년만인 1982년 부지휘자였던 정명훈과 함께 두 번째 연주회를 가졌다. 그리고 2008년 에사 페카 살로넨 지휘로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3월 콘서트는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한 11년만의 방한이었다. 많은 이들이 두다멜이 이끄는 LA필만의 음악을 듣기 위해 줄을 섰다. LA필하모닉의 콘서트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귀한 연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LA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LA필의 음악이다. 이번 시즌에만 두다멜이 지휘하는 LA필 공연이 17차례가 열린다. 앤젤리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올해는 LA필하모닉인 101번째 시즌을 개막하는 뜻깊은 해이자 두다멜이 LA필과 연을 맺은 지 10년째를 맞는 해다. 두다멜 역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두다멜은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와 같은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빈곤층 청년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는 공공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의 인재다. 음악을 통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자는 엘 시스테마 목표처럼 그는 LA필을 이끌며 음악을 통해 꾸준히 커뮤니티 봉사에도 힘쓰고 있다. 뛰어난 재능은 물론 올바른 가치까지 갖춘 예술가다.

10년을 맞은 두다멜과 그가 이끄는 100년 전통의 LA필하모닉은 앤젤리노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올해는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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