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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이 되고픈 이스라엘 청년의 표류기

시너님스(Synonyms)

인간의 언어활동 중에 꾸준히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는 동의어의 발생이다.

[Kino Lorber 제공]

[Kino Lorber 제공]

동의어는 단순히 사전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의어는 하나의 사회심리학 현상이다. 완전한 프랑스인이 되기 위해서는 프랑스어의 동의어들조차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영화 ‘시너님스’가 출발하는 지점이다.

 싸늘한 겨울, 프랑스 파리의 레프트 뱅크 거리. 영화는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으로 시작한다. 핸드헬드 카메라가 분주하게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 요아브의 뒷모습을 쫓고 있다.

어느 아파트 빈 집에 당도한 요아브는 샤워를 마치고 난 후 잠시 벗어 놓은 옷가지와 함께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도둑맞는다. 난감해진 그는 벌거벗은 채로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지만 누구도 반응이 없다. 그는 저체온 증세로 정신을 잃고 만다.



 다행히 위층에 살고 있는 젊은 브루조아 커플의 도움으로 의식을 되찾는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가 이스라엘의 전직 군인이었으며 프랑스로 귀화하기 위해 맨몸으로 건너온 사실을 알게 된다.

 요아브는 이스라엘인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프랑스인이 되려 한다. 그는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쓰지 않고 오로지 프랑스어로만 살겠다고 결심한다. 거리를 거닐 때도 불어 단어 암기에 골몰한다. 불어가 지닌 다양한 동의어들(Synonym)은 완벽한 프랑스인이 되려는 요아브에게 최대의 난관이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시너님스’는 유럽 예술영화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이다. 나다브 라피드 감독이 프랑스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자전적인 작품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프랑스인이 되고자 하는 요아브의 몸부림, 낯선 것을 대면하며 겪게 되는 한 인간의 실존과 정체성 문제가 심도있게 다루어 지고 있다.

 이민 문제에 직면한 유럽 사회의 딜레마가 요아브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리얼하게 투영된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이 되겠다는 갈망만으로 프랑스인이 될 수 없다.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요아브의 허탈한 모습에 비애와 무력감이 전해진다. 친절과 호의로 대해주던 프랑스 커플의 민낯은 결코 아릅답지 않다.

 인터넷 시대, 지구촌 시대에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져 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유럽에 정착하려고 하는 최근의 기류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들은 유럽의 질서를 존중하고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이 숨어 있는 유럽 사회를 동경한다.

 그러나 민족과 인종이 섞이는 과정의 혼돈과 충돌은 여전히 도발적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가르는 이기주의의 경계선은 어쩌면 인류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줄요약:이민 문제에 직면한 유럽 사회의 딜레마가 요아브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리얼하게 투영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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