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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스타트렉 '보그'와 온라인 '언어폭력'

장병희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장병희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0/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0/29 19:39

사이언스픽션(SF) 드라마 '스타트렉(Startrek)'과 조지 루카스 감독의 SF영화 '스타워즈(Star Wars)'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는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의외로 스타트렉은 좋아하지만 스타워즈는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스타워즈는 '포스'라는 특이한 에너지를 가진 선택된 계급인 '제다이'가 마치 일본 사무라이 같이 뛰어다니며 전개하는 것이 핵심이라면 스타트렉은 지구의 23세기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주를 탐험하면서 외계의 생명체를 만난다는 것이 골자다. 마치 서부시대 아메리칸 인디언을 만나는 것 같다는 스타트렉 시리즈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을 하기도 전에 우주를 누비며 다양한 탐험을 하기에 많은 세계인에게 우주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스타워즈의 성공만큼은 아니지만 스타트렉도 다양한 후속시리즈가 잇따라 제작됐다. 첫 시리즈가 1966년에 시작된 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왔고 이후 1987년 넥스트제너레이션, 1993년 딥스페이스나인, 1995년 보이저, 2001년 엔터프라이즈, 2017년 디스커버리로 이어졌다. 그리고 내년부터 CBS에서 피카드가 방영된다.

모든 스토리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갈등의 상대다. 스타트렉의 경우에도 대부분 외계인이 상대방인데, 흥미로운 것은 초반 시리즈의 적이었던 외계인이 후발 시리즈에는 그냥 흔한 친구같은 외계인이 된다는 점이다. 다만 끝까지 친구가 안 된 예외가 있다면 특이한 외계종족인 '보그'다.

보그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팬들이 아니라면 관심도 없을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보그의 원래 이름은 '보그 컬렉티브(Borg Collective)'다. 이들은 여왕을 중심으로 '하나'를 이루는 군집체다. 모든 구성원은 모든 정보를 온라인으로 함께 공유하고 타종족을 공격하여 자신들과 동화시킨다. 또한 상대의 첨단 기술을 채택해 더욱 막강한 기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구성원 몸의 일부가 '사이보그'가 돼 막강한 전투력으로 전쟁에 나선다. 이렇게 남을 공격하고 자신들과 동화시키는 이유는 모든 종족을 '완전한 생명체'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보이저 시리즈 내내 보그는 무서운 적이다. 간혹 나타나는 보그의 출현은 공포 그 자체다. 직육면체의 거대한 큐브스타일 우주선은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방어막을 갖고 있어 공포를 한층 더 불러온다. 또다른 특징은 동화시킨 종족을 숫자로 부르는 것이다. 개인 구성원의 이름도 여왕 말고는 모두 숫자로 부른다. 개인은 없으며 모두 '하나'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전체주의적 사회를 가진 종족이다.

최근 SNS에 떠오르는 벌떼 같은 글들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 각자의 주장이 다르지만 대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친구로 연결된 사람들 대부분은 균형 감각을 갖춘 경우다.

하지만 며칠 전 비교적 최근에 만난 적이 있는 어떤 분이 자신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온라인에 쏟아냈다. 이런 종류의 분노는 바로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전달받은 분노는 오프라인으로 풀 수 없어서 바로 온라인으로 되받아 풀었다. 내가 그분을 언프렌드(unFriend)했듯이 아마도 나도 누군가에게 언프렌드를 당했을 것이다.

보그가 '완전한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서 외계종족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과 요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과 다르다고 무서운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스타트렉의 1시간짜리 에피소드는 주인공이 어떠한 곤경에 처하더라도 항상 57분쯤 되면 해피엔딩으로 해결된다. SNS에선 해피엔딩이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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