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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자의 역할'을 묻는 익명의 제보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10/3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30 19:21

지난 8월 '곰팡이 케이크'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보도된 바 있다.

기사는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온 링크로 시작됐다. 링크를 열자 한 온라인 매체에 올라온 케이크 사진과 작성자 글이 보였다. 내용은 이랬다. 작성자 한인 A씨는 지인의 생일날 딸기 케이크를 구매했다. 케이크를 자르자 썩을 대로 썩어 곰팡이가 가득했다. A씨는 사진을 기재하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곰팡이"라며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시원한 내용의 글이 아니라 죄송하다.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올렸다"며 겸손한 모습이었다.

댓글 창은 뜨거웠다. "저런 집은 장사하면 안 된다", "너무 충격적이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A씨는 "더 이상의 피해가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 상호를 밝히겠다"며 업소명까지 공개했다. 기사를 제보한 한 익명의 누리꾼의 의도가 확실해졌다. 기사는 해당 게시글에 기반해 여름철 업소들의 위생 관리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기사가 나간 지 한 달이 흘렀을 때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곰팡이 케이크를 구입한 장본인이자 게시글 작성자라고 밝혔다. 본인이 제보한 적이 없는데 기사가 나가 황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직접 취재한 것이 맞냐", "직접 발로 뛰어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는 얼마 없다는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인가", "통상 데스크에 앉아 웹서핑하다가 이슈가 될 글을 찾아서 기사를 쓴다든데" 등 기자의 자격을 물었다. 그리고 기자의 '해명'을 먼저 듣고 추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게시글 작성 의도가 공익을 목적으로 했고 공개된 글이었다. 그 의도에 따라 언론은 해야할 일을 했다.

그런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했다던 작성자는 이를 공개한 언론에 기자의 역할을 물었다. 한마디로 '왜 기자가 직접 기사를 만들어 쓰지 않았냐'로 해석됐다.

황당했다. 기자는 창조자가 아니다. 모든 기사는 기자의 의구심으로, 누군가의 귀띔으로 시작한다. 공익을 위해 사건을 파헤쳐 전달하는 것이지 창조하고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A씨는 기자의 '발품'을 지적했다. 정확한 의미가 궁금하다. 글쓴이의 아이디만 노출되는 이 온라인 매체의 특성상 연락처를 알 길이 없어 A씨와 연락이 닿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해당 업소 관계자들과 다른 베이커리 전문가에까지 문의해 기사를 작성했다. 빵의 부패에 관한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었다.

사실상 '발품'보단 '손품'이 더 요구되는 이 기사에 A씨가 지적한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하는 기사"는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이다.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현장에 발붙이고 있으면 그게 진정성인가.

제보는 기자에게 필수적이다. 제보가 없었다면 이 기사도 기자가 타운의 수많은 업소들 가운데 곰팡이 케이크를 운명적으로 마주했어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자는 기사를 쓰는 사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읽을 사람 바로 '독자'을 위해 존재한다. A씨에게 묻고 싶다. 그가 생각하는 기자란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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