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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끝내준 ‘워싱턴 내셔널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가 강호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일곱 번째 마지막 경기에서 물리치고 우승함으로써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1969년 팀 창단 이래 50년 만에 처음 이룬 쾌거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될 때만 해도 내셔널스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셔널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도 간신히 와일드카드를 통해서였고 구원 투수진(불펜)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금년 플레이오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미국 사람들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평생 시카고 컵스 팬(a lifelong Cubs fan)’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 내가 미국에 온 첫해 여름 시카고 식품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같이 일하던 어릴리오(Aurelio)라는 열렬한 컵스 팬이 있었다. 어릴리오 덕택에 나도 컵스 팬이 되었고 리글리 구장(Wrigley Field)에서 생전 처음 시카고 컵스 게임을 구경하기도 했다. 올 플레이오프에 진출이 예상되던 던 컵스가 마지막 판에 거의 연전연패하는 재앙으로 무너져 컵스 빠진 플레이오프는 내게는 김빠진 맥주가 되고 말았다.

컵스 때문에 일찌감치 흥미를 잃어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지 않았더니 워싱턴 내셔널스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이 예상되던 류현진 소속 LA 다저스를 초반에 깨뜨리고 컵스가 속한 디비전 우승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내셔널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맞붙는 이변을 일으켰다. 워싱턴은 세인트루이스마저 격파하고 아메리칸 리그에서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팀인 시카고 컵스가 빠졌다 해도 월드 시리즈를 안 볼 수는 없고 보기 전에 어느 팀을 응원할지를 작정해야 한다. 그래야 보는 재미가 있다.

휴스턴을 응원할 이유는 애틀랜타와 같은 남부 지역에 속한 팀이라는 이유 외에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다. 워싱턴은 여러 번 다녀온 일이 있고 더구나 우리 둘째 딸이 졸업한 조지타운대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감정적인 이유는 내셔널스가 시카고 컵스와 같은 디비전에 속한 컵스의 천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격파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된 사실이다. 내셔널스가 컵스의 패배를 복수해 준 것이니 내셔널스를 응원함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내셔널스를 응원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휴스턴이 이긴다고 했다. 어려서 들었던 백수가 벼락부자가 되는(rags to riches) 인생역전의 이야기때문인지 나는 강자(topdog)보다는 약자(underdog)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는 이야기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괴벽이 있다.



월드시리즈는 7판 4승이다. 전부 7번 게임을 하고 4게임을 먼저 이기는 팀이 챔피언이 된다. 첫 2경기는 휴스턴에서 열렸는데 예상을 뒤엎고 워싱턴이 2경기를 다 이겼다. 다음 3경기는 워싱턴에서 열렸고 워싱턴은 홈 어드밴티지에 2게임만 이기면 되었다. 워싱턴이 쉽게 우승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휴스턴은 그 저력을 발휘해 워싱턴에서 3게임을 휩쓸었다. 휴스턴이 3 대 2로 앞서는 가운데 마지막 2게임은 휴스턴에서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휴스턴의 우승을 예측했다. 휴스턴의 홈 어드밴티지에 2게임 중 한 게임만 이기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워싱턴 편이었다. 약자라던 워싱턴은 휴스턴에서의 두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되었다. 미국 월드시리즈사상 처음으로 양 팀이 자기 팀 구장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하는 진기록이 세워지기도 했다.

사족이 되겠지만 시카고 컵스는 올해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팀 매니저를 바꾸고 팀을 정비하는 일에 착수했다. 내년에는 컵스를 플레이오프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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