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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얼굴값'을 치르며 사는 인생

요즘 한국의 MBC TV에서 방영되는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복면 뒤에 감춰진 가수의 얼굴이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가수 자신은 인지도의 편견에서 벗어나 순수 노래실력으로만 자신의 진정성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얼굴을 가릴 때 얻는 장점도 있지만 얼굴은 한 인격체의 이미지이며 신원을 확인시키는 간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77억명의 인간들에겐 신기하게도 동일한 얼굴이 하나도 없다. 얼굴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때, 얼굴을 붉히거나 얼굴을 들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

'얼굴'은 순수 우리 말이다. 얼굴의 고어는 얼골이다. '얼'은 정신, 마음을 뜻하고, '골'은 고이다의 명사이다. 얼굴은 정신이 고여있는 곳이다. 정신이 빠져나간 상태를 얼빠지다, 얼떨떨하다, 얼떠름하다 라고 한다. 얼이 빠진 사람을 얼간이, 얼뜨기, 얼빙이, 얼치기 등으로 표현하고, 얼굴이 예쁜사람은 얼짱이라고 한다.

'낯짝'은 얼굴의 비속어다. 얼이 빠져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얼굴을 낯짝이라 부른다. 우리 속담 중엔 "낯짝이 두껍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낯짝빼기'(충청도), '상판때기'(황해도), '나짝'(전라도) 등 얼굴에 대한 지방 사투리들도 많다. 영어 표현에도 'Thick Skinned(낯짝이 두껍다)'라는 말이 있다.



얼굴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얼굴표정은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는 무언의 진실된 표현"이라고 했고, 얼굴은 약 80개의 근육으로 형성돼 있어서 그 근육으로 약 7000가지의 표정을 짓게 된다고 했다. 인상학에선 "얼굴표정에서 그가 진술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의 심리적 상태가 파악된다"고 한다.

중국 고사성어에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있다. "낯가죽이 두꺼워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스러운 사람"을 뜻한다. 논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남의 환심을 끌기 위해 교묘한 말로 꾸미고, 순박한 척 얼굴 표정을 짓는 사람" 즉 족제비 낯짝을 가진 자를 뜻한다.

멀쩡하던 사람도 정치에 입문하면 교언영색해지고, 또 권력에 근접할수록 후안무치가 되는 것은 왜 일까? 정치나 권력에서 내려오면 그땐 어떤 카멜레온으로 변할까?

마크 트웨인은 "인간은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며,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윤리적 존재"라고 했다. 링컨 대통령은 "태어날 때의 얼굴은 부모가 만들어 주었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얼굴은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표정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누구나 잘못과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결국 인생은 얼굴값을 치르며 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같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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