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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내로남불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11/05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9/11/04 18:30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이다. 모든 일을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함을 비꼬는 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 ‘이중 잣대’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내가 하면 예술 남이 하면 외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등 아류를 꼽자면 한이 없다.

첨예한 대립과 논쟁을 주로 하는 정치권에서 비롯된 이 말은 역시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내가 하면 ‘권력기관 감시’ 남이 하면 ‘외압’, 내가 하면 불법적인 입법 강행에 대한 ‘정당한 저항’ 남이 하면 ‘불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다. 내로남불은 인간에게 불가피한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내로남불을 인간 본능의 하나로 본다.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나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 등은 내로남불을 설명하는 이론들이다. 내로남불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아 붕괴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 중 하나인 셈이다.

사람은 자신과 관련 없는 다른 사람의 일에는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시비와 이해를 비교적 바르게 볼 수 있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욕심과 집착 때문에 시비이해를 바르게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등잔 밑이 어두운 이유이다. 내로남불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나’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집착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아상(我相)’이라 하여 크게 경계하며 이를 제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수행의 하나로 여긴다.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도 듣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고 듣는 것’이 인간(중생)에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교적 입장일 뿐 아니라, 현대 인지과학의 결론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왜 당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냐?”는 내로남불에 대한 비난은, 그 심경은 이해하나 상대가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없는 비현실적인 요구이다. 인간에게 완전한 의미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 사회, 국가 간 갈등과 반목의 근원이 아상에서 비롯된 내로남불 때문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내가 하는 것이 불륜이고 남이 하는 것이 로맨스일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의 지경에 조금이라도 이르게 된다면 현재와 같은 ‘아수라장’은 면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 대한 집착을 놓기 위해 산에 들어가 10시간씩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봉사활동과 기부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봉사활동과 기부는 기본적으로 남(이웃과 사회)을 배려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자만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훌륭한 수행이 된다. 봉사활동과 기부는 복을 짓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내로남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성철스님께서, “깨달으려면 남을 도와야 한다.” 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 10분도, 단 1불도 남을 위해 쓰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남을 위한 작은 배려가 공동체의 안녕은 물론 개인의 인격 도야를 위한 훌륭한 수행임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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