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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차이나타운을 통해 본 K타운의 미래

[LA중앙일보] 발행 2019/11/0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1/06 19:42

'푸 차우(Foo Chow)'는 LA차이나타운의 유명 식당이다.

40년 넘게 운영된 이 식당은 LA타임스 등 주류 언론에서도 수차례 맛집으로 소개된 바 있다. 성룡 주연의 영화 '러시 아워(Rush Hour)'도 이곳에서 찍었다.

워낙 유명 식당이라 예약이라도 해야 하나 싶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막상 가보면 정말 맛집인가 할 정도로 한산하다.

하루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물었다.

"장사 잘 되세요?"

영어를 거의 못하는 1세대 중국계 종업원은 찡그리는 표정으로 답을 대신했다.

LA차이나타운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문닫은 업소도 많다. 입구 격인 시저스 차베스 길에는 차이나타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게이트'가 있다. 여의주를 향해 날고 있는 두 마리의 거대한 용이 무색해 보일 정도다.

차이나타운은 젊은층이 몰리는 LA다운타운과 인접했지만 '트렌디(trendy)'하고 '힙(hip)'한 느낌은 전혀 없다. 주류사회 또는 젊은 코드에 부합할만한 요소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현재 차이나타운의 업주들은 중국어가 편한 1세 이민자가 대다수다.

그곳에서 전통 기념품을 파는 한 업주와 대화를 나눴다.

이 업주는 "요즘 '차이니스-아메리칸'은 알함브라나 다이아몬드바 지역 같이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뉴 차이나타운'으로 가고, 이곳엔 1세 이민자나 방문객만 조금 찾는 정도"라며 "중국계 이민자 역사는 아시아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됐지만 요즘 세대는 부모가 일군 차이나타운 비즈니스를 이어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가게가 운영되는 것도 사실상 우리가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업주의 푸념에는 차이나타운이 안고 있는 고민과 숙제가 담겨있다.

차이나타운커뮤니티개발위원회 티파니 청 디렉터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식 액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끌며 차이나타운도 덩달아 각광을 받았고 다운타운과의 근접성 때문에 방문객 유입이 용이했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차이나타운이 확장되는데 한계가 있었고 예전부터 젊은층을 유치하기 위한 상권 및 시설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국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차이나타운의 현실이 LA한인타운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인 1세대는 터를 마련했다. 그들의 공헌으로 한인타운 구역까지 설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전통, 역사를 보존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동시에 소수계 특정 지역으로서 발전해 나가려면 이제부터 주류 사회와의 접점도 찾아야 한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정체성이 확고하면서도 젊은 감각의 한인 2세, 3세가 한인타운에 필요한 이유다.

최근 한식, 문화 등을 통해 한인타운을 소개하는 각종 '팝업 투어(pop-up tour)'를 보도했다. <본지 10월31일자 A-3면> 앞으로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는 한인사회에 남은 과제다.

취재 가운데 아쉬웠던 건 팝업 투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인타운을 알리는 주체는 정작 한인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한인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1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뿌리 교육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 반면, 2세들은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한인타운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가.

1세만 남게 되면 게토화가 우려된다. 다음 세대가 외면하는 한인타운은 고유의 색채를 잃고 타 문화권에 희석돼버릴 수 있다.

차이나타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인타운도 세대간 균형이 중요하다. 한인타운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한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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