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스펙터클…진한 감동은 없어
미드웨이 (Midway)
찰톤 헤스톤, 헨리 폰다, 제임스 코번 주연의 1976년작 ‘미드웨이’는 전범 일본을 품어 안으려는 내용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불쾌한 영화이었지만 미드웨이 해전을 나름 잘 묘사한 영화로 평가되었다.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두 친구의 애절한 사연을 다룬 2001년작 ‘펄 하버’는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로맨스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세밀한 역사적 고증을 거친 진주만 공습 장면으로 인해 대규모 전쟁영화의 하나로 분류되기도 한다.
2019년의 ‘미드웨이’는 어떤 작품일까. 우선 전투 장면을 처리한 시각 효과, 실감나는 음향 등의 특수효과가 모두 동원되어 기술적 현란함만으로도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이 즐비하다. 해전의 폭격씬들이 생생한 이미지로 쉴 새 없이 재현된다. 스펙터클한 전쟁영화의 면모를 갖춘 역대급 블록버스터에 도전하는 제작진의 야심이 가득하다.
문제는 스토리와 깊이에 있다. 그의 전작들인 ‘인디펜던스 데이’와 ‘패트리어트’에서 보았듯, 롤란드 에머리히 감독은 눈요기 위주의 소재와 요란한 언론 플레이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필름메이커이다. ‘고질라(2008)’,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2004)’와 같은 작품들은 진부한 전개 방식과 결론부의 허탈함 때문에 많은 관객들에게 본적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들로 평가되기도 했다.
패트릭 윌슨, 에드 스크레인, 우디 해럴슨, 루크 에반스, 아사노 타다노부 등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극의 긴장감을 지탱해주고 있음에도 진한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픽의 ‘과용’으로 오히려 좋은 연기가 숨겨져 있는 느낌이랄까.
베테랑스 데이를 개봉시기로 택한 ‘미드웨이’는 미국의 영웅주의를 새삼 상기시키는 오락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민족과 절대 무관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한국 근대사에 있어 최대 가해자인 일본 제국주의가 멸망의 길에 들어서는 엄숙한 역사의 한 장을 다시금 복기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굳이 의미 부여를 해도 될 듯 하다. 한국 민족만큼 일본의 궤멸을 보는 시각이 남다른 민족도 없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전쟁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의 감동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설움과 울분을 되새기게 하는 장면일 테니까. PG-13, 138분.
한줄요약:미국의 영웅주의를 새삼 상기시키는 영화. 역대급 블록버스터에 도전하는 야심찬 제작 그러나 진한 감동 없는 롤란드 에머리히 감독의 평작.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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