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OK 부머, 우리도 승진 좀 하게 은퇴해줄래?"

베이비부머 은퇴 미루면서
승진 사다리에도 인사 체증

소득 격차ㆍ승진 기회 박탈
세대간 갈등의 핵으로 부상

지난 4일 의회 연설 도중 “OK 부머” 한마디로 나이든 의원의 야유를 잠재운 뉴질랜드 녹색당의 클로에 스워브릭 의원. 그는 농담으로 간결하게 대꾸했는데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몰랐다며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선 정치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의회 연설 도중 “OK 부머” 한마디로 나이든 의원의 야유를 잠재운 뉴질랜드 녹색당의 클로에 스워브릭 의원. 그는 농담으로 간결하게 대꾸했는데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몰랐다며 기후변화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선 정치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K 부머(Boomer)'를 아시나요? 최근 뉴질랜드 녹색당의 25세 여성 의원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법안을 제안하며 의회 연설을 하는 도중 나이든 의원이 야유하며 끼어들자 "OK 부머"라는 한마디로 그의 입을 다물게 한 영상이 퍼지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말이다. 온라인에서 10대들이 주로 쓰는 말이었는데 근래들어 확산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비판론과 맞물리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세대간 갈등을 축약한 슬로건처럼 떠올랐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는 ‘OK 부머’를 새긴 셔츠.

온라인 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는 ‘OK 부머’를 새긴 셔츠.

'이제 그만 됐네요'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소셜미디어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구닥다리 얘기를 늘어놓으며 잔소리를 하거나 자신들의 경험에 기반한 주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울 때 10대들이 맞받아치며 하는 말이다. 말을 하면 논쟁이 되고 수십년간 살면서 쌓아온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기도 힘드니 아예 그냥 무시해버리겠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사회가 갈수록 고령화되고 1970~90년대 경제 성장의 주역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를 미루면서 세대간 빈부 격차가 세대 갈등의 핵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출간된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조지프 스턴버그의 책 '도둑맞은 10년(The Theft of a Decade)'의 부제는 '어떻게 베이비부머가 밀레니얼의 경제적 미래를 훔쳤나'였다.



1982년생 밀레니얼인 저자는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부 개입과 시장의 자유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으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패와 대규모 자본에만 유리한 게임을 조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폭락했을 당시, 집을 가진 베이비부머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 정책이 집중되면서 밀레니얼의 주택시장 진입이 되레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라며 시작한 1인 등교 거부 시위를 글로벌 학교 파업으로 이끈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단에서 "OK 부머"를 넘어 "How dare you(어떻게 감히)"라고 절규하며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기성 세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갔다며 비난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라며 시작한 1인 등교 거부 시위를 글로벌 학교 파업으로 이끈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단에서 "OK 부머"를 넘어 "How dare you(어떻게 감히)"라고 절규하며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기성 세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갔다며 비난했다.

심지어 애틀랜틱지는 지난달 말 '베이비부머가 모든 것을 망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베이비부머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온갖 규제가 급증하며 새로운 세대의 진입장벽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USA투데이는 지난 7일 베이비부머 세대(54~74세)가 은퇴를 미루면서 직장의 승진 사다리에도 인사 체증이 걸려 밀레니얼 세대(24~38세)의 소득 정체는 물론 경제 생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실었다. USA투데이가 링크드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밀레이얼 세대의 전문직 종사자 41%는 부머들이 은퇴를 미루고 있기 때문에 승진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 때문에 이직을 했거나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로렌 잽론스키(36)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출근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데도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해 결국 교직을 떠났다"며 "지금은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잽론스키는 교육학 석사를 갖고 있었지만 정식 교사로 올라가지 못하고 몇년을 서브 티처로 일했다. 정년이 보장된 50~60대 교사들이 은퇴할 계획이 없어 자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DC에 사는 실비아 파벨라(35)도 9년 동안 노조에서 일하다 몇 년 전 비영리재단으로 옮겼다. 그는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그 일을 많이 좋아했는데 승진할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그 분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지금은 경험을 넓히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노조 사무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1.4세다.

'철밥통 직업'으로 인식되는 교사나 노조 뿐만이 아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56%가 55세 이상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10월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들의 20.4%가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9년의 12.4%에서 급증한 것으로 1961년 이래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도 할 말은 많다. 백세 시대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고 건강에 문제가 없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경제 호황기를 누린 베이비부머들과 달리 밀레니얼들은 비싼 대학 교육비로 인해 학자금 대출 부채를 껴안고 있으면서 소득은 부머 세대가 자신들과 같은 연령 때에 벌던 소득 보다 훨씬 더 적게 벌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약 4400만 명이 총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밀레니얼들이 소비 경제를 촉진시키기 위한 지출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실상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것이다.

비영리 싱크탱크 뉴아메리카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부의 격차는 역사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 연구소의 리드 크레이머 국장은 "2016년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부는 1989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41% 줄었다"고 말했다. 교육 수준은 높아졌으나 세대간 빈부 격차는 심해진 것이다. 과거 부머 세대는 한사람의 월급봉투 만으로도 먹고 살고 집도 장만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치솟은 집값에 두 사람이 벌어도 월급 만으로는 집을 살 수가 없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쪼그라든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세대 간의 갈등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세대 간의 우호적 관계는 끝났다"며 부머 세대 탓을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은퇴할 나이에 은퇴를 하지 않고 일하는 부머 세대나 이들 때문에 승진 기회를 박탈당한 밀레니얼 모두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빈부 격차의 피해자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