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부머, 우리도 승진 좀 하게 은퇴해줄래?"
베이비부머 은퇴 미루면서
승진 사다리에도 인사 체증
소득 격차ㆍ승진 기회 박탈
세대간 갈등의 핵으로 부상
전세계적으로 사회가 갈수록 고령화되고 1970~90년대 경제 성장의 주역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를 미루면서 세대간 빈부 격차가 세대 갈등의 핵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출간된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조지프 스턴버그의 책 '도둑맞은 10년(The Theft of a Decade)'의 부제는 '어떻게 베이비부머가 밀레니얼의 경제적 미래를 훔쳤나'였다.
1982년생 밀레니얼인 저자는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부 개입과 시장의 자유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으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패와 대규모 자본에만 유리한 게임을 조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폭락했을 당시, 집을 가진 베이비부머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 정책이 집중되면서 밀레니얼의 주택시장 진입이 되레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USA투데이는 지난 7일 베이비부머 세대(54~74세)가 은퇴를 미루면서 직장의 승진 사다리에도 인사 체증이 걸려 밀레니얼 세대(24~38세)의 소득 정체는 물론 경제 생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실었다. USA투데이가 링크드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밀레이얼 세대의 전문직 종사자 41%는 부머들이 은퇴를 미루고 있기 때문에 승진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 때문에 이직을 했거나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로렌 잽론스키(36)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출근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데도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해 결국 교직을 떠났다"며 "지금은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잽론스키는 교육학 석사를 갖고 있었지만 정식 교사로 올라가지 못하고 몇년을 서브 티처로 일했다. 정년이 보장된 50~60대 교사들이 은퇴할 계획이 없어 자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DC에 사는 실비아 파벨라(35)도 9년 동안 노조에서 일하다 몇 년 전 비영리재단으로 옮겼다. 그는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그 일을 많이 좋아했는데 승진할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 다시 그 분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지금은 경험을 넓히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노조 사무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51.4세다.
'철밥통 직업'으로 인식되는 교사나 노조 뿐만이 아니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56%가 55세 이상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10월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들의 20.4%가 일을 하고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9년의 12.4%에서 급증한 것으로 1961년 이래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도 할 말은 많다. 백세 시대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고 건강에 문제가 없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경제 호황기를 누린 베이비부머들과 달리 밀레니얼들은 비싼 대학 교육비로 인해 학자금 대출 부채를 껴안고 있으면서 소득은 부머 세대가 자신들과 같은 연령 때에 벌던 소득 보다 훨씬 더 적게 벌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약 4400만 명이 총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밀레니얼들이 소비 경제를 촉진시키기 위한 지출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실상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것이다.
비영리 싱크탱크 뉴아메리카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부의 격차는 역사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 연구소의 리드 크레이머 국장은 "2016년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부는 1989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41% 줄었다"고 말했다. 교육 수준은 높아졌으나 세대간 빈부 격차는 심해진 것이다. 과거 부머 세대는 한사람의 월급봉투 만으로도 먹고 살고 집도 장만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치솟은 집값에 두 사람이 벌어도 월급 만으로는 집을 살 수가 없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쪼그라든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세대 간의 갈등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세대 간의 우호적 관계는 끝났다"며 부머 세대 탓을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은퇴할 나이에 은퇴를 하지 않고 일하는 부머 세대나 이들 때문에 승진 기회를 박탈당한 밀레니얼 모두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빈부 격차의 피해자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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