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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우울한 엄마

[LA중앙일보] 발행 2009/01/2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9/01/25 14:41

수잔 정/ 카이저 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27세의 라틴계 여성이 갓난 아기를 데리고 왔다.

"그간 잘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직장에 다시 나가야 되는데 제 상관이 선생님의 소견서를 가져 오래요. 정말로 다 나았는지…."

아기 엄마는 그간 '산후 우울증'이 심해 병가를 받아 나에게서 치료를 받아왔다. 아기를 출산한 뒤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음이 슬퍼지고 불안해 잠을 이룰수 없었다. 과거에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한 우울 증세가 찾아온 것이다.

공연히 남편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자신의 옆에서 쿨쿨 잠자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낮에도 피곤하기만 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자꾸 눈물이 흐르고 간혹 죽음을 생각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의뢰를 받아서 처음 내가 볼 때의 마리솔은 중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과거에 한번도 우울한 적이 없었는데요." 그녀가 의아해 했다.

"월경을 시작할 때나 임신 기간 또는 출산 후에 여성의 몸에는 많은 성호르몬 분비의 변화가 옵니다. 에스트로젠이라는 여성 호르몬은 두뇌의 다른 뇌 전파 물질에 영향을 주어서 우울 증세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월경 전에 어떤 여자분들은 심한 불안증세와 슬픔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치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우울 증세가 호르몬의 변화에 의한 뇌전파 물질 불균형 때문임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미워하거나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나의 환자 한 사람은 그래서 자신의 아기를 권총으로 쏘아서 살해했다.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이었는데 "나처럼 못난 엄마에게 키워지느니 아기가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후에 나에게 말했다.

우울하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신에 대한 미움이 커진다. 앞날이 막막하고 헤쳐나갈 기운이 없어지고 외로워진다. 자신이 사람을 피해서 홀로 기피하고 있으니 더욱 외로울 수 밖에….

그러나 산후 우울증도 우울병의 일부이다. 치료하면 나아진다. 마리솔과 나는 치료를 받을 계획을 세웠다. 아기를 임시라도 돌보아줄 친척을 구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며 두뇌에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화학 물질이 분비되도록 했다.

가능하면 혼자서보다는 다른 어른들과 어울릴 수 있는 헬스센터 등을 찾도록 했다. 그리고 미리 계획을 세워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별로 회복이 되는 기미가 없었다. 항우울제 약물 복용을 하려면 우선 젖먹이는 것을 중지하고 우유를 대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섭취한 약물이 모유를 통해서 아기에게로 전해지니까. 많은 엄마들은 이때 고민을 한다. "모유를 먹이는 것이 아기에게 좋다는데…" 하면서.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올 때에는 이미 충분한 면역성을 갖고 나왔기 때문에 일년간은 큰병에 걸릴 확률이 적지요."

"행복한 엄마는 우유병으로 아기에게 먹이면서도 눈을 맞추며 웃는 얼굴로 아기와 깊은 유대를 맺게 되지요. 모유를 물린 후에 엄마가 슬픔에 잠겨 있다면 아가는 엄마의 무관심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을 테고 끈끈한 유대가 맺어지기 힘들지요."

마리솔은 그래서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주는 항우울제 '셀렉사'(Celexa)를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늘 6주만에 다시 나를 찾았다.

"다시 직장에 나가고 싶어요."

활기찬 그녀의 모습에서 출산전의 명랑함과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며칠 후에 그녀가 일하는 수퍼 마켓에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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