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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시기(猜忌)란 무엇인가

오늘은 조금 가볍고 해학적인 한자로 산책을 가 보려 합니다. 오늘의 한자는 개 견(犬) 자와의 합성어입니다. 개는 사람과 오랫동안 동반자로 함께 살아 왔습니다. 개는 주인을 알고 주인에게 충성스럽습니다. 주인을 매우 좋아하며 이를 꾸밈없이 표현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개를 좋아하고 특히 미국에서는 개는 한 식구가 되어 집에서 같이 삽니다. 그러나 개는 개 입니다.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애완견이 아니거나 훈련이 안 된 개는 사납고 공격적이며 사람을 물기도 합니다. 양순한 개도 있지만 사나운 개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 견 자가 들어간 한자에는 충성을 나타내는 글자가 있는가 하면 또 사납고 물어 뜯는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도 있습니다.

그 후자의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에는 미칠 광(狂) 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는 개(犬)와 임금 왕(王)의 합성어 입니다. 직역을 하면 '개가 임금이 됐으니 미친 것이다' 이런 말입니다. 개가 왕이 되었다면 그 하는 짓이 미친 짓일 것이며 개를 왕으로 모시는 신하는 미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광 자와 같은 사람이 있었고 그런 일이 인류 역사에 있어 왔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개 견 자가 들어 있는 합성어는 시기할 시(猜) 자 입니다. 개 견과 푸른 청(靑) 자의 합성어 입니다. 직역하면 파란 개 입니다. 이것은 개가 다른 개를 시기하고 질투한 나머지 새파랗게 독이 올라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개가 자기 보다 잘 먹고 잘 있는 것을 보고 분노하고 시기, 질투하여 곧 달려 들어 물어 뜯으려고 새파랗게 독이 오른 개. 시기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시기하는 사람은 남을 개처럼 물어 뜯습니다. 이 시 자와 함께 가는 글자는 증오할 기)忌) 자 입니다. 그런데 이 기 자는 자기 기(己)와 마음 심(心) 자의 합성어 입니다. 직역하면 '증오란 나의 마음이다' 이렇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세계 여러 나라의 행복지수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였고 월남도 상위권이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집안 일로 월남에 다녀 왔습니다. 그때 제가 묵었던 호텔에서 청소하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행복해 했습니다. 이 세상에 부러움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집안 일로 너무나 속상해서 새벽에 로비에 혼자 앉아 흐느껴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그 여인과 저의 행복지수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미국인의 행복지수도 높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은 비교 빈곤 때문입니다. 남과 나를 비교합니다. 그리고는 내가 남보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있는 사람을 시기하며 질투합니다. 시기와 질투 속에서는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때때로 시기와 분쟁 속에 처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때에는 시기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문이 말하는 시기(猜忌)란 무엇일까요. 새파랗게 독이 오른 개 같은 나의 마음. 이것이 시기라는 것입니다. 남의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입니다. 섬뜩하기 조차 합니다. 그러나 시기와 분쟁 속에서 먼저 돌아 보아야 하는 것은 나의 마음입니다. 한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시기와 분쟁 없는 한인 사회와 우리 조국을 꿈꾸어 봅니다.


이강민 /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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