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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 펠로시와 '싸움꾼' 트럼프, 탄핵 승자는?

트럼프 당선 일등공신 배넌
"펠로시 탄핵 처리 정말 탁월"

상원 숫자 장벽 넘지 못해도
'뇌물죄' 프레임 재선에 타격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78) 하원의장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면 은퇴할 계획이었다. 책을 쓰고 여행을 다니며 그의 다섯 자녀가 낳은 손자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은퇴를 미뤘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그는 패배 충격에 빠진 민주당을 진두지휘하며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되찾아왔고 주요 이슈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을 뜨더니 지난 9월 마침내 탄핵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이자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 조차 "펠로시는 정치싸움의 대가"라며 "그가 탄핵 조사를 핸들링하는 것을 보면 정말 탁월하다"고 인정했다. '백전 노장' 펠로시의 탄핵 승부수가 그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화룡정점이 될 수 있을까. 카운터펀치에 특히 강한 '싸움꾼' 트럼프는 탄핵에서 살아남아 대통령에 재선될 수 있을까.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온 당내 '트럼프 탄핵론'에 거리를 두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가 가장 우려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역풍이었다. 국민여론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탄핵은 커녕 트럼프의 재선을 돕고 8년 만에 탈환한 하원 마저 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탄핵 추진을 결심했고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유엔에서 연설하는 날 대국민연설 형식을 통해 탄핵 조사 시작을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표결 절차 없는 위법 행위라고 주장하며 협조하지 않을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찬반 표결 없는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곧바로 증인들이 출석하는 탄핵 청문회로 돌입했다.

직업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는 정황들을 증언했고 탄핵 찬성 여론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조차 탄핵 찬성 여론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고 경합 주인 버지니아의 상.하원 주의회를 모두 장악하며 탄핵 역풍 우려 마저 완전 불식시켰다.

여론이 탄핵에 부정적이 아니라는 것이 표로 증명되자 펠로시 하원의장은 곧바로 탄핵 결의안 절차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협조를 거부할 경우 조사 방해, 권력 남용 등의 새로운 탄핵 사유를 추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트럼프 책사'였던 배넌이 언급한 "전략적으로 탁월한" 탄핵 캠페인이었다.



펠로시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공개 청문회를 시작한 다음날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 지원을 미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적인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한 것은 뇌물로 공직자를 매수하려 한 것과 같다"며 연방헌법에 탄핵 사유로 적시된 '뇌물죄'를 콕 집어 탄핵 공세 수위를 높였다.

사실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2(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가결되는데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도 47명이라 승산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뇌물죄' 프레임을 확실히 씌울 수 있다면 탄핵은 하지는 못해도 재선은 막을 수 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으로 하원의장직을 세 번이나 거머쥐고 32년째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펠로시 하원의장은 정가에서 정치적 득실 계산이 빠르고 정확해 인간 검표기로 불릴 정도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혀도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 중에 트럼프에 맞설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에 펠로시 만큼 대통령으로 준비된 후보도 없다. 의정생활 동안 보여준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정치인인 데다 모금력도 탁월해 민주당 리더로 8선을 하면서 당에 5억달러가 넘는 돈을 끌어다 줬다. 기회만 생기면 공화당이 무력화시키려했던 오바마케어도 2009년 펠로시 하원의장이 공화당을 설득해 통과시킨 법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의회와 사이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대선 출마에는 관심이 없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나는 의회에서 입법하는 일을 사랑한다"며 "제리 브라운 전 가주 주지사한테 출마를 권유했는데 그가 거절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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