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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보조장치로 사는 인생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19/11/18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1/16 21:35

드디어 남편이 보청기를 끼었다. 남의 말을 잘못 알아 듣고 딴소리를 하거나 작은 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비밀 이야기도 못하겠다는 나의 지청구를 듣다가 결국 보청기를 착용했다.

보청기를 끼고 운전을 한 남편은 "우리 차가 오래됐지만 아주 성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보청기를 끼니 깡통차 소리가 나네"한다. 나는 "원래 소리가 났는데 당신 귀에 안 들린 것 뿐이에요. 이제 깡통차 운전수 됐네"하고 웃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청력이 떨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군대 갔을 때 총을 잘못 쏘아서 1주일 동안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그때 한쪽 청력이 손상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별일 없이 잘 살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진 청력 때문에 TV를 틀땐 너무 크게 해서 내가 옆에서 힘들어 하니까 이어폰을 꽂고 따로 들었다. 미안할 때도 많다.

남편은 세상에서 나는 좋지 않은 소리를 다 듣지 않게 귀가 서서히 잘 들리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은 보청기를 껴서 이젠 아주 좋으려니 했는데 집에 오더니 얼른 빼 놓는다. 너무 작은 소리까지 들리는 게 더 힘들다고 한다. 마누라 잔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봐 걱정이라는 농담도 한다.

눈이 나빠 안경 쓰고 귀가 안 좋아 보청기 끼고 이가 안 좋아 의치를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모두 보조장치로 살아야 되나보다. 아무리 100세 시대면 무엇하나. 온전치 못한 몸으로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문득 성경 말씀이 생각난다.

'그때에 눈 먼 사람의 눈이 뜨이고, 귀 먹은 사람들의 귀가 열리고, 그때에 저는 사람은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사람의 혀는 기뻐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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