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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우아한' 정치가 그립다

요즘 한국에서 제작하는 TV드라마 제목에 우아하다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무슨 뜻인지 얼핏 전달도 잘 안 되는 ‘우아한 가(家)’가 나오더니 그 드라마의 시리즈도 아니면서 ‘우아한 모녀’ ‘우아한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아(優雅)는 ‘부드럽고 곱다’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라는 뜻인데 도무지 우아 하고는 담 쌓은 세상에 살면서 우아에 대한 그리움에서인가….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정치 시즌에 들어갔다. 대선을 1년 채 못 남긴 미국 정가에는 탄핵 바람이 몰아치면서 물고 뜯는 비방과 폭로가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파헤치는 청문회에 아직은 큰 한 방이 없었다고는 하나 아까운 직업 외교관이 정쟁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는 딱한 이야기도 나온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가 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증언을 할 것이라는 비정한 뉴스도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5개월 앞으로 다가선 총선 준비가 한창이다. 여당은 ‘유능한 직원 채용’에, 야당은 ‘정당의 재건축 사업’에 머리를 쓰며 저마다 ‘우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듯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집권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점수를 잃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되살려내는 일이 시급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수구 보수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와 중도로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이 사는 길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개혁이나 통합, 어느 것도 모두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그저 막말로 남을 헐뜯고 저주하고, 남의 실수에서 반사이익이나 거두려고 하는 후진 정치를 고집한다면 그건 볼리비아나 페루보다 나을 것이 없다. 공자는 정치의 근본은 덕(德)이라고 했다. 도덕으로 정치의 근본을 삼으면 온 백성의 마음이 그 위정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덕은 자기희생이다. 자기가 희생되지 않고 자기의 이득만 추구하려 든다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협잡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아 집권 후반기에 들어갔다. 등산으로 치면 내리막길에 들어 선 시기다.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긴장이 풀리고 방심하기가 쉽다. 등산 사고나 조난의 60%는 내려 올 때 생긴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등산의 고수들은 올라가는 연습보다 내려가는 연습을 중시하고 유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초보 시절 넘어지는 연습, 낙법만 배운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내리막길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게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과도한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는 한국 방공 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믿었던 북한마저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오고 있다.

방심하지 말고 긴장하라는 경고음이다. 첫 번째 관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선제 조치가 없는 한 지소미아의 종료를 고수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마저 이해 못하는 500% 방위비 인상 협상도 그렇게 해야 된다. 원칙과 공정과 국가의 이익 그리고 동맹의 긴 미래를 위해서도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에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안으로는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말고 포용과 협치로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야 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용이 하늘에 오른 것처럼 뜻을 이룬 자는 더욱 행실을 조심하고 겸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이제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때다. ‘우아한 정치’가 어렵기는 하나 한번 성공시켜 볼 만하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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