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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중시하는 교회까지 스며든 비혼ㆍ독신주의

퓨리서치센터 보고서 결혼ㆍ동거 보고서

결혼한 성인 비율 계속 낮아져
"동거해도 아이 기를 수 있어"
개신교인들도 동거 인식 긍정적
"동거 커플도 육아 잘 할 수 있다"
한인 교회들은 결혼 세미나 개최
현실적인 결혼 지침들 알려줘야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요?"

이은영(가명ㆍ32)씨는 LA지역 한 대형교회 청년부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요즘 교회에서의 결혼 관련 설교가 상당히 불편하다.

이씨는 "크리스천은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설교하고 마치 '결혼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공식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싫다"며 "얼마든지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아도 신앙 생활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남녀가 함께 사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내 '결혼(marriage)'과 '동거(cohabitation)'에 대한 인식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결혼한 성인의 비율은 현재 53%다. 기혼 비율은 1995년(58%)에 비해 낮아졌다. 반면, 동거 비율은 7%로 1995년(3%)에 비해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젊은층(18~29세)의 78%는 "결혼 계획은 없어도 동거는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조사국 보고서에도 나타난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성인은 지난해 1910만 명으로 1996년(600만 명)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결혼'과 '자녀 양육'이 반드시 일맥상통하는 개념은 아니다. 이제는 굳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해도 얼마든지 자녀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우선 미국 성인 5명 중 2명(40%)만 "결혼한 커플이 동거 커플에 비해 그들의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기독교인만의 응답을 따로 추려봤다. 우선 보수 백인 복음주의자의 66%는 "결혼한 커플이 자녀 양육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성인 응답률(40%)보다는 높다.

하지만, 백인 주류 개신교인(57%), 흑인 개신교인(59%), 백인 가톨릭 교인(48%), 히스패닉 가톨릭 교인(73%) 등은 "동거 커플도 결혼 커플 못지 않게 자녀를 잘 기를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결혼의 개념을 중시해온 종교 제도권 내에서도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점차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종교에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초자연적 존재를 믿는 이들은 무려 78%가 "동거 커플도 자녀 양육을 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인 교계에서도 젊은층의 결혼 문제는 이슈가 되고 있다. 우선 개신교계에서는 결혼, 이혼 등에 대한 성경적 지침이 교단별로 다양하다. 하지만, 대체로 개신교는 전통적인 결혼 제도를 고수하고 결혼을 '하나님께서 제정한 제도' '하나님의 주권 영역에 속한 것'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유지되는 것' 등으로 정의하며 결혼이 갖는 의미를 상당히 중시한다.

진영철 목사(LA)는 "신학적으로 결혼은 하나님 안에서의 거룩한 소명과 언약의 의미를 가진 신비이자 축복"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결혼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됐고 심지어 동거는 물론이고 무분별한 혼전 성교, 불혼 풍조, 간음, 동성결혼 등 실제 남녀간의 이슈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시대라서 크리스천의 올바른 결혼관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3일 LA지역 주님의영광교회에서는 결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배우자를 찾지 못한 기독 청년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도 열렸다.

주님의영광교회 이병만 장로는 "결혼을 기피하는 독신주의자가 점차 늘고, 결혼을 하고 싶어도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기독 청년들이 너무 많다"며 행사를 계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인 교회들은 청년 콘퍼런스 '사랑을 배우다(뉴저지 온누리교회)' 자녀의 결혼을 위한 기독 부모들의 모임인 '도란도란(애틀란타 성결교회)', 결혼 예비 학교(남가주사랑의교회), 가정 사역 세미나(가정을 세우는 사람들ㆍFBM) 등 다양한 결혼 관련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 교계에서는 결혼을 종용하는 분위기지만 실제 크리스천 청년들은 "현실과 교회 메시지 사이의 괴리는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수민(29ㆍ풀러턴)씨는 "교회에서는 결혼에 대해 너무 제약을 많이 두고 심지어 신앙이 없는 사람과의 결혼도 부정적으로 여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교회 내에서 배우자를 찾자니 사람이 너무 없고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가르침보다 마치 '뜬구름' 잡는듯한 메시지가 많아서 결혼에 대한 이슈큼은 답답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기독 청년 고민 해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얼마전 출간된 '요즘 고민이 뭐니? (출판사 목양)'를 보면 ▶연인 사이의 스킨십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결혼이 왜 필요한가 ▶결혼 전 동거를 하면 안 되는가 ▶동성애는 괜찮지 않은가 등 남녀 관계에 대한 기독청년들의 실질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유진 최 목사(LA)는 "요즘 젊은이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눠보면 남녀간 데이트부터 결혼, 이혼까지 기성세대와 너무나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성경적인 결혼관을 어떻게 하면 젊은층에게 알기 쉽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기보다 '기도하면서 만나세요' 같은 다소 추상적인 언어로 접근하기 때문에 오늘날 기독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갖는 혼란은 크다"고 전했다.

물론 개신교에서는 독신 제도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복음주의권 유명 설교자 존 파이퍼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desiringgod.org)에서 "독신 역시 하나님의 선물로 독신을 문제로 봐서도 안 되고, 결혼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도 문제"라며 "다만 남녀간의 연애나 결혼은 단순히 육체적인 사랑만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두 사람이 함께 그리스도 안에 거하며 하나님에 대한 헌신과 경건을 추구할 때 쾌락보다 더 큰 기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퓨리서치센터 보고서를 보면 인생의 만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남성의 경우 직업과 사회 경력(57%), 인간 관계(26%), 부자가 되는 것(20%)으로 결혼(16%)과 자녀 양육(16%)에 대한 응답 비율은 낮았다.

여성 역시 직업과 사회 경력(46%), 인간 관계(30%)가 인생의 만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며 자녀 양육(22%)과 결혼(17%)의 응답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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