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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한인타운 구역, 마음에 긋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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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9/01/2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9/01/28 20:49

안유회/문화부 데스크

몇 해 전 LA한인타운의 설렁탕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맞은 편 식탁엔 타인종 부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내장을 섞은 설렁탕을 두 그릇 시켰다. 아버지는 옆자리에 앉힌 아들의 숟가락에 연신 깍두기를 올려주며 먹는 법을 열심히 가르쳤다.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설명도 몇 번이나 덧붙였다. 아버지의 표정에는 긍지까지 스쳐가는 듯했다.

지난해 10월 LA 방글라데시안 연합회가 한인타운 일부를 '리틀 방글라데시아'로 명명해 달라고 LA시의회에 청원서를 냈다. 요청 지역은 윌셔 불러바드~3가와 버몬트 애비뉴~웨스턴 애비뉴. 우리가 머리 속에 그리는 타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꼭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 같다. 우리의 안방에서 믿어 의심치 않던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렇고 두 달 지나 안 것이 그렇다.

한인 커뮤니티는 늦게 안만큼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한인과 방글라데시 관계자들이 논의를 거쳐 공동으로 청원서를 내기로 합의했다. '리틀 방글라데시' 구역도 버몬트 애비뉴 동쪽~버질로 합의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논란은 일단 잠재운 셈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것은 우리가 선점했지만 법적 행정적으로 선점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점은 찜찜하다. 그래도 이 문제를 초기에 해결한 것은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숫자로 구역을 따지는 자연지리적인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당장 한인타운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이 처음부터 한인타운이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에는 앰배서더 호텔에서 오스카 시상식이 열릴 정도의 할리우드 스타들의 동네였다. 1950년대 들어 프리웨이를 타고 백인들이 서쪽으로 교외지역으로 옮겨갔다. 1965년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민 금지가 풀리면서 한인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니면 숲 속에도 길이 나고 동네가 생긴다. 유동성이 높고 큰 길이 뚫린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한인타운은 이미 인종적으로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중 하나다. 아직은 한인이 18%로 가장 많지만 멕시코계(15%) 백인(14%) 흑인(8%) 엘살바도르계(7%) 콜롬비아계(6%) 베트남계(5%) 아르메니안계(5%) 등 특정 국적의 후예들을 숫적으로 압도하는 상황이 아니다.

"1만5000명이라는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모미눌 바츄 LA방글라데시안 연합회장의 이 말은 앞으로도 구역을 주장하는 근거로 다시 사용될 수 있다.

자연지리적인 수치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인문지리적 요소다. 결국 문화다. 우리보다 역사가 오래된 차이나타운과 리틀 도쿄엔 문화적 요소들이 한인타운보다 잘 갖춰져 있다.

차이나타운엔 전세계 어딜 가나 솟아있는 패방(파이팡)이 버티고 있다. 패방은 경우에 따라 중국정부가 선물하는 형식으로 건설되기도 한다.

붉은 색과 용까지 합하면 차이나타운의 3인방이라 할 만하다. 리틀 도쿄는 차이나타운 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스시와 우동 같은 음식 깔끔한 거리 건물이 일본풍 거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한인타운은 시각적 코드 면에서 약하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정의 종각은 너무 멀리 있고 힘들여 세운 정자는 외져 보이는 곳에 있고 타운 외곽에 있는 한국문화원 건물은 미국의 역사적 건물이다.

단일 건축물이든 통합적인 이미지든 한국적인 어떤 것이 문화적으로 있어야 한다. 위키피디아에서 코리아타운을 검색하면 서양식 건물만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뜻을 모으고 차근차근 하되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결국은 이것이 타인종을 부르고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한인타운의 구역은 지도보다는 설렁탕 먹는 법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타인종의 마음 거기에 긋는 것이 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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