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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신서는 공정한 재판 위한 책…오늘날 법조인도 봐야'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9/11/19 13:21

박석무 이사장, 이강욱 위원과 20년만에 번역서 개정판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3대 저작이라고 할 만한 일표이서(一表二書) 중 하나인 흠흠신서(欽欽新書)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매여 있는 것이다. (중략)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 행하면서도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 세밀한 부분까지 명확하게 분별하지 못하고서 소홀히 하고 흐리멍덩하게 처리하여 살려야 하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여야 하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다산은 흠흠신서 서문을 통해 저술 취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공정하게 수사하고 재판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흠흠신서는 다산이 중국과 조선의 살인사건 판례를 모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형법서다. 완성 시점은 다산이 서문을 쓴 1822년으로 추정된다. '흠흠'(欽欽)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 '조심하고 조심하여 형벌을 신중하게 내려야만 한다'(欽哉欽哉唯刑之恤哉)에서 따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산은 형사 사건에서 뇌물, 압력, 사사로운 친분을 배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흠흠신서는 오늘날 법조인들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전남대 법대 재학 시절 은사가 한국 법제사 공부를 권유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학원에서 다산학에 본격적으로 입문해 약 50년간 정약용 사상을 연구했다.

다산 관련 책을 많이 쓴 그는 1999년 정해렴 현대실학사 사장과 함께 흠흠신서를 완역했는데, 이번에 이강욱 은대고전문헌연구소 자문위원과 함께 20년 만에 개정판이라고 할 '역주 흠흠신서'를 발간했다. 전체 네 권으로, 번역서 세 권과 원문서 한 권으로 구성됐다. 저본은 1936년에 신조선사가 간행한 다산 문집 '여유당전서'다.

출판 작업은 한국인문고전연구소가 맡았고, 네이버문화재단 문화콘텐츠기금이 후원했다. 네이버와 네이버문화재단, 한국인문고전연구소는 '고전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여유당전서 중 시와 산문, 흠흠신서를 번역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내년부터는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우리말로 옮긴다.

박 이사장은 "20년 전 번역서는 인명이나 고사를 몰라 슬슬 넘어간 부분이나 오역이 있어서 부끄러웠지만, 이번에는 그런 대목을 많이 해결했다"며 "나름대로 공력을 들여 번역했다고 해도 10년이나 15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달라져서 또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권희준 한국인문고전연구소 대표는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책을 만들었다"며 일관성 있는 번역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도 "일반인에게 권할 정도는 된다"고 거들었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사형으로 목숨을 잃었으나 훗날 무죄가 선고된 조봉암 사건이나 인민혁명당 사건을 거론하고 "다산이 말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과 거리가 먼 사례들이 현대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산이 흠흠신서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인명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판결에 따라 사람이 죽고 산다고 느꼈기에 판관이 신중하고 신중히 해야 한다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서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얻고 여자에게 미혹되기도 하면서 백성들이 비참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도 가엾이 여겨 구제할 줄 모르니, 이는 매우 큰 죄악"이라는 정약용의 우려가 지금도 여전하다면서 '흠흠'의 정신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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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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