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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매료된 트럼프 "고모부 제거하더니…장난 아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1/19 16:02

트럼프 비판 익명 고위 관료
익명으로 책 『경고』발간

트럼프, 김정은 집권 설명하면서
"이 친구 장난이 아니다" 감탄

참모진 만류에도 회담 즉석 수락
'본질'보다 '연출' 트럼프 성인식

독재자 좋아하는 이유 관료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19일(현지시간) 발간한 책 '경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료됐다고 썼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료됐고, 한국 특사단이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즉석에서 수락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주장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 난맥상을 고발한 고위 관리가 이번에는 책을 통해 트럼프를 비판했다. 저자는 19일(현지시간) 발간된 저서 『경고(Warning)』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뒷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저자는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흠모하는 10대 팬처럼 아양 떠는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미 행정부가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고위 인사를 제재하자 "내 친구" 김정은을 언급하며 격노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 경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발췌했다.

"김정은에 매료, 집권 과정에 감탄"
저자는 "트럼프가 북한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에게 매료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한 행사에서 경외심 가득한 목소리로 김 위원장 집권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아버지(김정일)가 숨졌을 때 25~26세쯤이었는데, 거친 장군들을 장악할 수 있는 (그 나이) 남자가 몇이나 되겠느냐. 그는 순식간에 치고 들어가서 내부를 장악하고 보스가 됐다."

트럼프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고모부를 제거하더니 이 사람을 쓸어버리고 저 사람을 쓸어버렸다. 이 친구 장난이 아니다(doesn't play games)."

"밀당 뒤 즉석에서 북미 정상회담 수락"
저자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동의로 성사된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3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특사단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기를 원한다'고 전달하자 트럼프는 참모진과 상의 없이 즉각 수락했다.

"불과 몇 달 전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북한을 협박하던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만남에 동의했다.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 관료를 포함한 참모진은 의표를 찔렸다."

정상회담 수락 불과 몇 시간 전,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정상회담은 말할 것도 없고, 북·미 관료 간 협상도 너무 이르다'고 말한 터였다.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 공간에 앉히기 위해서는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중대한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틸러슨은 북한이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인 미국 대통령과 만남 기회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최대 압박' 정책이 '따뜻한 유화정책'으로 선회했다고 회상했다.

앞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밀당' 기간을 보냈다. 저자는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김정은과 만남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선전 술책'이라며 거부했었다"고 전했다.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료가 19일(현지시간) 발간한 책 '경고(Warning)'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뒷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EPA=연합뉴스]





"내부에선 싱가포르 회담 어리석었다 평가"
트럼프가 최고위 참모진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의 회담을 강행하자 내부에서는 이를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대외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흥미로운 돌파구로 포장했다. 한반도 긴장 완화 가능성을 높이고 비핵화 합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낸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전임 행정부들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패의 덫에 빠졌고, 북한은 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협상을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는데도 다시 그 덫에 빠지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19일(현지시간) 발간한 책 '경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료됐다고 썼다. [AFP=연합뉴스]





'본질'보다 '연극'이 돼버린 싱가포르 회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substance)보다는 연출(theatrics)에 열중했다고 한다.


"싱가포르 회담 준비가 시작됐는데, 마치 트럼프의 성인식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가 진정 성숙한 정치인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모두의 기억에 남을 쇼로 만들고자 했다."

케이블 뉴스에 출연한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를 조성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을지 모른다고 바람을 넣었고, 이는 트럼프를 흥분시켰다고 저자는 밝혔다.

"위대한 협상가(great deal maker·트럼프 지칭)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했고, '영리한 녀석(smart cookie·김정은 지칭)'은 이 사실을 잘 간파했다."

저자는 "외부에서 볼 때는 다른 행정부가 실패한 상황에서 미국이 도대체 어떻게 핵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략이나 세부사항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썼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개인적인 친분(personal connection)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의 능력을 너무나도 확신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세부사항(detail)'이 아니라 '케미(chemistry)'였다고 믿었다.

저자는 "예상대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어떤 의미 있는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실패했다"면서 "참모들은 '케미'가 '정통 외교'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성공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몇달 뒤 한 유세에서 트럼프는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 그러면 괜찮은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저자는 트럼프가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아름다운 러브 레터"라면서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묘사한 것을 두고 "내가 공직에 몸담는 동안 백악관 집무실 주인인 성인 남자가 폭력배 같은 독재자에게 마치 흠모하는 10대 팬처럼 아양 떠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비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웃고 있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라고도 했다.

북 인사 제재에 "내 친구"라며 격분
북한 비핵화 협상에 성과가 별로 없자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는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북한 인사 3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하자 "트럼프가 폭발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재무부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핵심 인사 3인에 대해 인권 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한다.

"누가 이렇게 했냐?"고 참모진을 추궁한 뒤 "김(정은)은 내 친구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대통령이 현실 개념을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면서 "북한은 새로운 미 행정부가 집권할 때까지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가짜 올리브 가지를 내밀며 서구 세계를 향해 똑같은 노래와 춤을 공연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참가자들과 손뼉 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왜 독재자에게 약할까
저자는 트럼프를 지켜보면서 그는 왜 독재자에게 끌릴까에 주목하게 됐다. 트럼프가 해외 독재자들과 맺는 관계를 논의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를 마친 뒤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최고위급 참모는 저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은 독재자들에서 자신이 갖기를 원하는 것을 본다. 전제적 힘, 영구 집권, 강요된 인기, 비판자를 영원히 침묵시킬 수 있는 힘 같은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친구들"에게는 굴욕감을 준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그 예로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철회하기 직전까지 갔던 일을 들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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