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전하는 친절의 가치, 그 포근한 감동

어 뷰티불 데이 인더 네이버후드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Tri Star pictures]

영화 ‘어 뷰티풀 데이 인더 네이버후드’에서 뿜어나오는 아우라(aura)는 친절함이다. 평범하지만 귀한 교훈과 친절이라는 영혼적 에너지를 발산해 내는 포근한 영화, 추수감사절 절기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뷰티풀 데이’는 1968년부터 2001년까지 34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PBS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미스터 로저스의 네이버후드’의 진행자 프레드 로저스(1928~2003) 목사에 대한 이야기다. 생존 시 ‘살아있는 성인(Living Saint)’으로 불렸던 로저스는 ‘친절’이라는 삶의 덕목을 미국인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실천해 보인 인물이었다.

영화는 그의 인생 후반부, 에스콰이어지 소속 저널리스트 톰 주노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전개된다. 관록의 배우 톰 행크스가 ‘친절의 대명사’ 로저스의 온화한 인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한다.

영화에는 매튜 리스(Matthew Rhys)라는, 앞으로 영화팬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배우가 등장한다. 에스콰이어 잡지의 베테랑 기자 로이드 보겔(톰 주노의 스크린 상의 이름)이 그가 맡은 역이다. 성인에 가까운 로저스라는 캐릭터의 감동은, 상대역 로이드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리스와의 케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작 극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 인물은 ‘상처받은 영혼’ 로이드이다.

아내를 사랑하고 갓 태어난 딸을 돌보는 로이드는 자상함과 지성의 소유자인 듯 보인다. 그러나 어릴 적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픈 기억 때문에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늘 분노가 잠재해 있다. 로저스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의 아픔을 알아 차리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로이드에게 다가간다. 로이드의 치기(?)어린 저항에도 결국 두 사람은 관심과 배려의 과정을 거쳐 우정을 나누게 되는 관계로 발전한다.

‘날 용서해 줄래요(Can you ever forgive me?)’, ‘미니의 19금 일기(The Diary of a Teenage Girl)’ 등 인간애 넘치는 감성을 영상 언어로 사용해온 마리엘 헬러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그녀는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친절함을 끌어내기 위해 오늘 날 우리네 삶을 지배하고 있는 냉소주의를 먼저 건드린다. 냉소주의자 로이드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로저스를 만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된다.

장로교 목사였으며, 평생 공화당 지지자였던 로저스는 종교와 정치적인 성향을 일절 배제하고 사람들을 대했다. 그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스스로 실천하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이웃으로 여기고 친절과 겸손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사랑과 우정 조차도 친절함에서 싹튼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의 덕목들은 관심과 배려에서 비롯된다. 다가오는 연말을 맞아 로저스가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성향, 인종과 나이의 벽을 넘어 따듯한 온정이 그리운 이웃들에게 손길을 뻗치는 훈훈함이 우리들마음 속에서도 넘쳐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줄요약: 1968년부터 34년간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미스터 로저스의 네이버후드’의 진행자 프레드 로저스(1928~2003) 목사에 대한 이야기. 그가 실천해 보였던 친절과 겸손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김정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