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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정가에 불어닥친 '리콜' 열풍

임상환 / OC취재부장
임상환 / OC취재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1/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1/24 12:21

최근 1년 반여 사이 오렌지카운티 정계가 뒤숭숭하다. 정치인에 대한 주민소환(리콜)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소환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기종료 전에 해직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실제로 시행된 사례는 드물다. 리콜 선거를 열기 위해선 지자체마다 전체 등록유권자 가운데 통상 10~25%의 동의 서명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리콜 선거가 열려도 찬성표가 절반을 넘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최근 OC에 부는 ‘리콜 바람’의 발원지는 카운티 북부 지역에 있는 가주 상원 29지구다. 29지구에선 지난해 6월, 자시 뉴먼(민주) 의원 리콜 선거가 열렸다. 뉴먼은 투표 참여 유권자 과반 찬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6년 11월 당선된 뉴먼은 이듬해 4월 개스세와 차량등록비 인상 등을 골자로 한 520억 달러 규모 교통 패키지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한 이후 공화당 인사들의 ‘리콜 표적’이 됐다.

민주당 측은 “리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리콜 주도 인사들에게 거센 비난을 퍼부었지만 뉴먼을 구하진 못했다.

올해 5월엔 부에나파크 1지구 써니 박 시의원에 대한 리콜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리콜을 주도하는 이들은 지난달 9일, 시청에 2104개의 리콜 동의 서명을 모아 제출했다. 그러나 OC선거관리국의 22일 발표에서 유효 서명 수가 1지구 전체 등록유권자의 25%에 해당하는 1877개에 780개 모자란 1097개에 그쳐 리콜 선거는 무산됐다.

최근엔 두 파로 갈라진 웨스트민스터 시의회에서 리콜 운동이 한창이다. 한 비영리단체는 다수파인 시의원 3명을 리콜하기 위해 시에서 정한 숫자가 넘는 동의 서명을 제출했다. 그러자 시의회 다수파 지지자들은 소수파 2명을 겨냥한 리콜 캠페인에 돌입했다. 경우에 따라선 시의원 5명 전원에 대한 리콜 선거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어바인에서도 크리스티나 셰이 시장, 마이크 캐롤 시의원에 대한 리콜 청원서가 시청에 제출됐다. 이들에 대한 리콜 사유는 재향군인 묘지를 그레이트 파크 내 부지에 조성하는 안에 찬성 투표를 한 것과 개발업체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셰이 시장은 리콜 시도를 정치적 흠집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리콜 캠페인을 벌이는 이나 리콜 대상이 된 이나 각기 할 말은 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이 선출한 정치인을 괴롭히거나 흠집내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리콜 선거가 자주 열리면 지자체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또 선출직 공직자들이 소신껏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꺼리거나 위축될 수 있다.

반면 주민소환제는 잘못을 저지른 선출직 정치인의 임기 종료를 기다리지 않고 주민이 나서 직접 퇴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주민소환제는 리콜의 동기를 따지지 않는다. 법으로 규정된 절차를 밟아 요건을 충족하면 리콜 선거는 열리게 돼 있다.

주민소환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소환제는 정치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주민에게 부여된 귀중한 권한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며 언론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주민소환제 역시 마찬가지다.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다. 그래서 리콜 선거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문제 있는 정치인을 퇴출하며 동시에 악용도 막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리콜 선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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