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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성추문 대처 시스템 시급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11/2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9/11/25 20:17

미국 교단 '철저 조사'와 달리
한인교계 흐지부지 넘기기 일쑤

교인들 숨기기 급급, 문제 더 키워
목사도 상담·교육 기회 필요해

최근 뉴욕 지역 한인교회협의회(이하 뉴욕 교협) 회장까지 지낸 목사가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전직 회장단 모임인 뉴욕 교협 증경회장단은 지난 15일 긴급임시총회를 열고, 이종명 목사(62)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이 목사는 지난달 29일 여성 신도에게 성추행을 시도, 강제 신체 접촉 및 3급 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이 목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유명 목사의 성폭행 혐의 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교계 및 한인 사회가 받은 충격은 크다. 이 목사는 특히 LA지역 한인 교계와도 자주 교류를 해왔다. 이 목사는 기독교 이단 대책 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LA지역 목회자들과도 교류해 왔으며, 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목회자들의 성문제 현실과 대처 방안 등을 알아봤다.



지난 15일 뉴욕교협 증경회장단은 뉴욕 퀸즈 베이사이드에서 긴급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날 임시 총회에서는 이 목사 제명을 두고 무기명 투표가 실시됐다.

증경회장단 목사들은 투표 전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상충했다.

성문제 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명을 주장하는 쪽과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징계 후 "용서하는 분위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결국, 이 목사 제명안은 찬성 10표, 반대 6표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날 임시총회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성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첨예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LA지역 한인 교계에서는 재판이 남아있는 만큼 판단 여부는 잠시 미루자는 의견이다.

이 목사는 특전사 출신이다. 백석신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뉴욕강성아가페교회를 개척해 운영해왔다.

이 목사와 친분이 있는 LA지역 한모 목사는 "재판 과정에서 의료 기록을 밝히겠지만 이 목사는 10년 전 전립선 문제로 수술을 받아 성기능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없었고 신실했던 목회자였다. 성적인 문제로 넘어진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일단 재판 결과를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성문제는 그동안 교계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돼왔다.

그럼에도, 성역으로 인식되는 종교의 특성과 비밀스러운 성문제가 엮이면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기가 쉽지 않다.

기독교 여론 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리서치는 목회자의 성문제를 다루는 교인들의 시각과 입장 등을 조사했다.

우선 교인들은 대체로 목회자의 성문제에 대해 공개하기를 꺼린다.

'목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교인 10명 중 7명(73%)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성문제 의혹이 있을 경우 목회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목회자 2명 중 1명(51%)은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의혹'이기 때문에 설교단에서 내려오면 안 된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성문제 의혹이 불거져도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뚜렷한 지침 없이 목회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교계라고 해서 목회자의 성문제 의혹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지난해 유명 목회자인 빌 하이벨스 목사(윌로우크릭교회 설립자)의 사례를 보면 기독교계의 성문제 대처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이벨스 목사의 경우는 성추행 문제가 30여 년 만에 수면으로 올라왔었다. 심지어 교인들도 모르게 내부 조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오히려 하이벨스 목사를 상대로 제기됐던 문제를 덮기 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파는 더 컸다.

얼마전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SBC)에서도 20여 년 전 교단 내에서 발생했던 목회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이때 SBC에서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비드 플랫(40) 목사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법집행기관 및 외부 기관에 이번 사건을 의뢰하기도 했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국 유명 교회인 온누리교회는 촉망받던 한 젊은 목회자의 성적 문제로 논란이 됐었다. 당시 온누리교회 측은 재빨리 해당 목회자를 해임하고 공개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피해 여성에 대한 상담이나 방지책 수립 등은 미흡했었다. 그만큼 가해자 및 피해자 등에 대한 문제 해결보다는 논란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존 최 목사(LA)는 "목회자는 '돈'과 '여자' 문제를 가장 조심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가지 부분은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문제"라며 "사실상 목회자 개인뿐 아니라 교회, 교단 모두가 나서서 성문제에 대한 전문적 상담과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시스템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개신교계에서는 목회자의 성문제를 대처할만한 제도적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 대부분 교회가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목회자 교육 실시, 상담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범영 카운슬러는 "목회자들은 주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이 상담 받는 것을 어색해 하고 심리 상담이라는 전문 영역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문제 같은 사건이 불거질 때는 이미 여러 징후가 나타나는데 영적인 것에만 의지하지 말고 문제가 있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도 받고 문제를 미리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추행으로 체포된 이종명 목사의 공판은 내년 1월10일 퀸즈형사법원에서 열린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한국어 선택)을 통해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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