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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작은 관심이 자살을 예방한다

내가 지난 36년간 일해온 직장에는 나를 포함해 7명의 정신과 의사가 있다. 최근에 새로 선출된 과장은 2명의 10대 딸을 기르며 부지런하게 일하는 50대 초반 백인이다. 그가 오늘 비장한 어조로 자신의 개인사를 우리에게 털어 놓았다. 최근에 찍었던 사진과 함께. 사진 속 그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는 26세의 청년이 이틀 전에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 청년은 자신이 아끼는 형의 큰 아들, 즉 자기가 오랫동안 보아오던 조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만큼 지금 미국사회에 자살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정신과 의사로서 우리들의 각오가 새삼 더 막중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같은 날, 우리 클리닉에 가까이 있는 소거스 고교에서 16세 소년이 다른 학생들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로 피어나지도 못한 생을 끝마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인 중 2017년에 자살로 사망한 숫자는 4만7173명이다. 이중에 많은 사람이 15세에서 29세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 연령대 젊은이들의 첫번째 사망 원인은 사고이고 두번째가 자살, 세번째가 타살이다. 암 등의 질환이 뒤를 잇는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밝혀낸 중요한 사실이 있다. 자살한 사람들을 사후에 조사해 보니 85%가 자살하기 1년 내에 의료 분야에 상관없이 의사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과 뿐 아니라 다른 과목 의사도 갑자기 잠을 못 이루거나 의욕을 잃었거나 옛날에 죽은 배우자나 애완동물 생각에 연연해하는 환자를 보면 “혹시 잠들었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느낀 적은 없는지 물어보라고 권한다. 만일 이런 수동적인 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자살의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는 경우에는 ‘안전계획(safety plan)’을 세우는 것이 자살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번째 단계의 안전계획은 위험 수단의 제거다. 즉 총이나 칼, 또는 많은 약물을 환자 주위에서 치워버리면 실제 자살 방지 성공률이 높다. 대부분의 자살 환자들은 자신만의 유일한 방법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제대 군인의 69%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친다. 따라서 총을 집에서 치워버리면 안전하다. 부모가 총기를 잘 숨겨놓고 안전장치를 해 놓아도 총이 있는 집의 청소년 자살률은 총이 없는 집보다 훨씬 높다.

두번째 안전계획은 자살 충동이 왔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다음의 사항들을 적어 놓는다. (1) 자살 충동이 오는 것을 느끼면 누구에게 먼저 연락하나? 가족 또는 친구의 이름을 적어도 3개 적어 놓는다. (2)어디로 갈 수 있나? 가능하면 혼자 방안에 있지 말고 사람들이 있는 밖으로 나간다. 3곳을 미리 적어 놓는다. (3)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경우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예를 들면 믿을만한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를 한다, 집 주위를 걷는다,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등이다.

세번째 안전계획은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가 퇴원한 뒤, 몇 주나 몇 달 혹은 몇 년 후에 자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퇴원 환자들을 계속 찾아내 수시로 연락하는 것이다.

테네시주의 센터 스톤(Center Stone) 정신과 클리닉은 환자들이 외래 방문을 이유 없이 끊는 경우 계속 전화나 짧은 편지로 연락을 한다. 한번은 환자가 다리 위에서 막 뛰어내리려는 순간에 클리닉에서 전화를 받고 자살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2년 만에 자살 건수를 64% 줄였다.

샌프란시코 정신과 의사인 제롬 모토 박사는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했던 환자 800명 중 절반에게 퇴원 후 5년간 짤막한 편지를 보냈다. 5년 후에 보니 편지를 보냈던 환자들의 자살률이 훨씬 줄어들어 놀랐다고 한다.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생명을 지켜준 것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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