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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삶을 바꾸는 소중한 만남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다. 본인의 의지가 무시된 것이 생의 시작이지만 만남 또한 의지가 무시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살아가면서 많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뒤돌아보면 나에게는 좋은 만남이 많았다. 대부분이 환자들이었고 그들에게는 아픔의 순간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뜻이 깊었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질병에 대해 배우며 익숙해졌고, 죽음이 내포된 삶을 숙고했다. 그들과의 만남은 나와 그들을 겸손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만남은 삶의 진로를 변경하는 힘이 있다. 경력이 부족했던 나에게 다른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외과 교수와의 만남이 그 예다. 교수가 인도했던 길에서 남편도 만났다. 인도와 만남은 그 이후에도 나를 또 다른 길로 이끌었다. 뉴욕주립대학 병원에서의 수련의 과정이 이어졌고, 그곳에서 만난 과장은 카이저 병원의 종양방사선과 과장에게 나를 추천했다.



나는 이쯤해서 내적 이야기를 조금은 해야한다. 만남이란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시작한 수련의 기간 동안 겪었던 내적 단련은 사고방식의 재정비라고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이 기간동안 했던 자신과의 싸움은 끝났고 평화를 얻었다.



평화는 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내 환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지식으로만 풀지 않고 마음으로 풀어서 글로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거기에 의학에 대한 내용은 한 두 줄이면 족했다. 간혹 의학이 아닌 이야기도 썼다. 이는 중앙일보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만남은 계속됐다. 5년 전 신문에 ‘오픈 업’ 칼럼을 통해 나간 ‘외국어 한글 표기에 대한 조언’이라는 글을 읽고, 신문사를 통해 연락해 온 인생 선배가 그중 한 명이다. 동부에 살던 선배는 한글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과학자였다. 선배는 나보다 이미 10년 전에 한국정부에 한글세계화 지원을 건의했다고 한다.



글을 통한 선배와의 만남은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은 아니었지만 의롭고, 희망적인 것이었다. 선배와는 종종 이메일로 연락하고 지냈다. 지난 주 워싱턴에 출장을 갔을 때 연락을 했다. 선배는 한글세계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 두 명을 초대해 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 역시 과학자다. 조용히 한글세계화에 동참해 온 그들과의 만남은 뜻깊고 따뜻했다. 한국어진흥재단의 역사, 즉 미국 한인사회의 한글교육에 대한 역사를 엮은 책을 전하고 헤어졌다.



고 정채봉 작가의 ‘만남’이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변화는 만남으로서만이 가능하다’라는 칡나무와 잣나무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만남이 삶의 진로를 바꾸어 오랜 세월 끝에 잣나무는 섬진강의 배가 되고, 칡나무는 절의 기둥이 됐다고 한다.



워싱턴에서의 만남은 좋고도 귀했다. 그 만남은 나에게 또 다른 변화의 용기를 줄 것이다.

모니카 류 / 암방사선과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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