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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거울 속 자화상

크리스마스캐럴이 흥겨운데 스치는 바람결은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턱을 받친 12월 달력이 달랑 혼자다. 반길 이 없다 해도 굳이 오고야 마는 새해가 머지않다.



마주 선 얼굴이 낯설다. 하루에 몇 번을 만나도 굳은 얼굴이다. 호수에 가라앉은 풍경은 더 아름답기도 한데 거울 속의 외로움이 그의 웃음을 걷어갔나 덤덤하기가 나무토막 같다. 그래도 말문을 터 뒤통수에 대고 들릴 듯 말 듯 주절주절거린다.





‘삶은 혼자의 길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해도 혼자 왔듯 혼자 가야 합니다.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도 떠나고 맙니다. 세월의 조각보가 삶을 보듬어 주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삶은 달걀처럼 둥글둥글 매끈매끈 단단합니다.'



2억의 경쟁을 뚫고 세상에 나타난 개선 장군이 70억이라는 인걸에 휩싸여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입버릇처럼 행복을 바라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옷가지와 먹거리와 잠자리가 있어 몸을 지탱해준다. 누추하지 않을 만큼의 깨끗한 몇 벌의 옷이 추위와 더위를 가려준다. 밥 한 그릇에 김치와 나물이 있고 맑은 장국을 곁들이면 장땡이다. 여섯 자 침대 하나면 그만이지 찬란한 장치를 꿈속으로 들고 가랴.



성공한 이들의 줄에 끼어들지 못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나 그들에게 알랑쇠 노릇 없었고 남의 인격을 표나게 존중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권력도 지위도 이름도 없이 그러나 불편 없이 산다.



내일 아침 거울 속의 외로운 자화상이 수줍게 웃으며 주절거리겠다.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입니다. 나의 행복은 남이 먼저 알아챕니다. 인생은 일생(人生은 一生), 한번의 화살입니다. 좋아하시는 모든 것으로.'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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