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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면 수십억불…도둑들의 '꿈의 타겟'

[LA중앙일보] 발행 2019/12/0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9/12/01 15:50

도난 위협에 떨고 있는 지구촌 박물관들

세계 도난 예술품 3만4000점
한번 사라지면 거의 행방 불명
국가 예산 운영 경비 부실 한몫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유럽 최대 보석 박물관이 털렸다. 이곳은 지역을 지배한 작센 공국의 영주와 왕들이 수집한 보석 컬렉션을 1723년 일반에 개방한 박물관으로 사라진 보석은 90여점, 주로 18세기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때 궁중 보석세공사들이 제작한 것들이다.

박물관 측은 피해액을 11억 달러로 추산했지만 보석 역사가들은 "역사상 가장 큰 예술품 도난사고 중 하나"라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가져간 것과 같다"고 평했다. 드레스덴이 속한 작센주의 미카엘 크레취머 총리는 "우리 주의 예술품뿐만 아니라 우리 작센이 도둑맞았다"면서 "그뤼네 게벨베의 소장품들 없이는 작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애통해했다.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라는 설명이다.

'녹색의 둥근 천장'이란 뜻의 그뤼네 게벨베는 작센 공국의 영주들이 살았던 드레스덴 궁에 있는 '보물의 방'으로 보석 장식품을 중심으로 각종 예술품 4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럽 최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등의 수식어가 무색하게 박물관은 너무 쉽게 털렸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복면을 한 괴한 2명이 박물관의 한 전시실에 들어가 망치로 진열장 유리창을 깨고 보석 장신구들을 훔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침입하기 직전 인근 건물 배전함에 불을 내 일대 가로등과 박물관 내부 전등, 경보장치를 해제했다. 한마디로 '피해액 11억 달러'를 지키기에는 보안이 너무 허술했다는 얘기다.

미술품 절도는 마약과 무기 판매 다음가는 빅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다. 귀한 문화재, 공예품, 미술품은 시대가 변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수요가 늘고 가격도 뛰는 경향이 있다. 미술애호가 뿐 아니라 범죄단체나 부정하게 돈을 번 사람들도 미술품을 부당이익 저장고나 돈세탁 용도로 사용하며 값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예술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1990년대 이후 전세계 미술품 도난사건 피해액은 연간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해마다 10%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박물관 절도가 기승을 부리자 도난 미술품을 등록해 유통을 막고 회수된 미술품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1992년 런던에 '아트 로스 레지스터'라는 협회가 생겼는데 현재 이 협회에 도난 신고된 미술품은 1만5000점에 달한다. 45%가 그림이고 도난 장소는 개인 주택이 54%,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12%에 이른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지난 8월 구축한 전세계 도난 예술품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작품은 그 보다 훨씬 더 많아 무려 3만4000여점에 달한다. 피카소 551점, 반 고흐 43점, 렘브란트 174점, 르누아르의 작품 209점도 도난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해마다 수백건씩 예술품 도난사건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범인의 정체와 예술품의 행방을 모른 채 미제사건으로 남겨진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훔친 그림은 일단 암거래 시장에서 원래 가격의 7% 정도의 '헐값'에 중간업자나 화상에게 넘어간다. 이들은 경찰과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탁과정을 거쳐 어느 날 훔친 그림의 '다른 버전'으로 경매에 내놓아 비싸게 팔아버린다.

드레스덴의 보석 박물관이 털리기 며칠 전 영국 런던에 있는 덜위치 갤러리에서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훔쳐 나오려던 용의자가 경찰에 발각돼 작품을 버리고 도주한 절도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덜위치 갤러리는 절도범 단골 미술관으로 소장품인 렘브란트의 명작 '야코프 데 헤인 3세의 초상'은 무려 네 차례나 도난당할 뻔했다. 가로 24.9㎝, 세로 29.9㎝로 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그림이 달랑 고리 두 개에 의지해 전시실 벽, 가슴 정도의 높이에 걸려 있는데 도둑들에게 마치 "나를 데려가 보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공공미술관이라 경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미술관들이 값을 따질 수 없는 미술품 보안에 이처럼 소홀한 이유는 많은 미술관들이 국가 예산에 의존해 근근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보안장치나 시설은 꿈도 꾸기 어렵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많은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데 보안이 허술하니 절도 예방 최선책은 '도둑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올 정도다.

2004년 8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뭉크미술관에서 발생한 뭉크의 걸작 '절규' 도난사건은 예술품 도난 현실의 방점을 찍었다. 복면을 한 2인조 강도는 한낮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경비원 1명을 총으로 제압하고 벽에서 그림 프레임을 뜯어내 홀연히 사라졌다. 노르웨이의 국보급 회화라고 불리는 그림이었지만 비상벨은 전혀 울리지 않았고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지 1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미국 최대 도난은 30년째 수사 중

1990년 보스턴 가드너미술관
마네 등 감정가 3억달러 피해


지난 1990년 3월 18일 보스턴에 있는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은 미국 미술품 도난 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아직도 미제 사건이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경찰관 복장을 한 2명의 남자가 들어와 주변에서 사고가 나서 건물을 조사해야 한다더니 경비원 두 명을 지하실에 가두고 81분간 아무런 제지없이 미술관에 걸린 작품 13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날 도난당한 미술품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연주회', 마네의 '카페 토르토니에서' 등 진귀한 명화가 포함됐으며 당시 감정가로 3억 달러에 달했다.

20년 넘게 범인들을 추적해온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13년 범인 윤곽을 밝혀냈다며 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FBI는 또 도난 미술품들이 10여년 전 코네티컷주를 거쳐 필라델피아로 옮겨진 흔적은 있으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으다. 그러나 그 이후 진척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거대한 미술품 암거래 시장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당시 FBI는 6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예술품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큰 손'이 대부분 미국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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