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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톤레삽 호수의 사람들

하정아 / 수필가
하정아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12/0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2/02 18:51

인간은 인간이다. 어떤 삶을 살아도 사람은 사람이다. 신분이 바뀌고 열악한 환경 속에 굴러 떨어져 구걸을 할지언정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변치 않는다.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에 기이한 거주민이 있다. 호수 한쪽을 점령하고 있는 수상가옥 마을의 베트남 난민들. 그들과의 대면을 앞두고 심장이 요동쳤다. 한때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취재하는 것이 꿈이었던 적이 있다.

톤레삽 호수. 제주도 10배 크기로 바다처럼 넓은 동양 최대 담수호. 평균 수심 1~2미터, 우기 때는 9미터. 호수 바닥이 황토라서 늘 흙탕물이다. 플랑크톤이 많아 다양한 어류의 서식지. 지리학적인 해석이다. 진실은 따로 있다.

하수도 시설이 아예 없는 곳. 황토물빛이 50년 동안 쏟아낸 인간의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려준다. 곳곳에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는 물옥잠이 호수를 청결하게 해준다.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수백 종의 어류는 넉넉한 식량 공급원이다. 9미터 깊이의 물이 2미터로 빠지면서 형성된 넓은 갯벌은 기름진 농토로 변한다. 사람은 어디서든 살 게 마련이다. 힘든 환경일수록 자비로운 신의 손길이 더욱 확실하게 보인다.

달리는 배 옆에 작은 보트들이 달라붙는다. 성인 남자는 키를 잡고 다섯 살쯤 먹어 보이는 여자 아이는 목에 커다란 구렁이를 목도리처럼 두르고 “1달러 1달러”를 외친다. 높이 쳐든 두 팔과 두 손이 가냘프다. 무거운 구렁이를 얹은 좁은 어깨가 얼마나 아플까.

50여 분 달려가니 수상가옥 마을이 보인다. 집안에는 어른들이 해먹에 누워서 몸을 흔들고 있다. 집 밖에는 타이어나 플라스틱 튜브에 몸을 실은 어린이들이 구걸하고 있다. 상점도 있고 학교도 있다. 평화롭고 한가하다. 실상을 눈귀로 확인한 후건만 여전히 이곳에 숨어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동안 많이 지치고 힘들었구나, 내 속을 내가 다독인다.

1970년 초, 베트남이 공산화 되자 부유층과 지식인들이 수로를 타고 전 세계로 탈출했다. 그 수가 백만 명이 넘는다. 사상과 이념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공산당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피하려는 필사의 탈출이었다. 보트에서 죽은 난민 숫자가 50만이라는 기록도 있다.

톤레삽 호수에는 한때 7만 명까지 거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2만5000명이 산다. 베트남 자국 편에서는 배신자, 캄보디아에서는 떼거리 이방 족속. 베트남보다 10배나 못 사는 캄보디아는 이 난민들을 개취급 한다. 캄보디아 총리가 이들에게 시민권과 영주권을 준다는 선거공약을 이행했건만 여전히 무국적자 태반이다.

사상과 이념의 허상을 체험한 사람들. 조국의 운명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민주자유를 갈구하는 자존 의식. 지식도 명예도 모두 버리게 할 만큼 고귀한 생명 의식. 인간은 인간이다. 사람은 사람이다.

수상가옥 마을을 벗어나면서 난데없이 서럽다. 정처 없는 저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인생의 포영(泡影)을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황토색 물 위에 떠 있는 화원 선반마다 가득 피어있는 갖가지 화려한 꽃들이 두 눈과 마음을 아프게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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