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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솥이 계속 끓게 해주소서" 구세군과 자선냄비

[LA중앙일보] 발행 2019/12/03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9/12/02 20:12

자물쇠 채운 자선냄비
내부ㆍ정부 감사받는다

LA한인타운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김상진 기자

LA한인타운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김상진 기자

이주철 사관. 김상진 기자

이주철 사관. 김상진 기자

한 해를 마무리 짓는 계절. 이맘때면 거리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빨간 냄비’. 모두가 분주하고 즐거운 이때, 헐벗고 가난한 이웃을 위한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구세군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그저 자선단체 또는 국제적 NGO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대부분. 하지만, 구세군은 복음을 전하는 개신교의 한 교파다. 복음전파와 빈민 구제를 중시하는 사회사업을 병행한다. 구세군을 알아본다.

구세군나성교회 이주철 사관

LA 8대 사관으로 2013년 7월 취임한 구세군나성교회 이주철 사관을 만났다

-구세군의 '군대'라는 말에 낯설어 하는 이도 있다.

"디모데후서 2장에 보면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라는 말씀이 나온다. 병사(군대)는 적과 싸워야 한다.

여기서 적은 사탄과 마귀다. 또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없나니'라고 이어진다.

예수의 병사(군대)는 자기 삶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씀이리라."

-잊지 못할 기부는.

"제가 알래스카에서 부임할 때 홈리스 인디언이 떠오른다. 그가 연말에 교회를 찾아왔다. 알래스카에서 연말 자선냄비는 혹독한(영하 섭씨 40도) 환경 때문에 몹시 힘들다.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2중으로 겹겹이 방한 재료를 써서 그 깊은 안쪽에서 기부금을 접수할 정도다. 야외에서 일반 주민을 상대하려면 월마트로 나가야 했는데 거기는 정말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홈리스 인디언이 적은 액수를 받고 그곳에서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한 달간 기거하면서 월마트 앞에서 기부활동을 했다. 날이 지나고 그는 교회를 떠나면서 제게 그동안 받은 돈을 쥐어줬다.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분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그 추위와 그 고생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

-기부 품목 중에는.

"스케이트와 디즈니랜드 입장권이다. 한 할아버지가 스케이트를 들고 오셨다. 자신이 어릴 적 구세군에서 스케이트를 받았는데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감동이 그대로라고 하셨다. 그 감동을 다시 어린이한테 주고 싶다고 스케이트를 기부하셨다.

또 하나는 어느 날 흑인 5명 가족이 교회에 오셨다. 가족여행을 한 번도 못했는데 꼭 가고 싶다고. 구세군에서는 자매결연 가족 프로그램이 있는데 소식을 들은 가족이 디즈니랜드 입장권 5장을 가져오셨다. 교회에서 전달식을 했는데 티켓을 받은 가족이나 준 가족이나 모두 펑펑 울었다. 나도 펑펑 울었다."

-구세군의 기부금 처리에 의혹을 보내는 사람도 있나.

"며칠 전 어떤 분이 '기부금 제대로 하는 거 맞아?' 하시더니 자선냄비에 기부한 일도 있다. 상징적이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기부금 문제가 불거져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 그래도 자선냄비는 믿을 만하다는 마음이 뒤섞여 있는 세태를 반영했다고 본다."

-자선냄비를 유심히 보니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자선냄비를 열 때는 반드시 2명이 함께한다. 사관과 전혀 개인적ㆍ가족적 관계가 없는 교인이 같이 한다. 만일 이 일과 관련해 비리가 발생하면 속된 말로 바로 잘린다. 한 예로 한 사관이 교회 관련 용도로 급히 필요한 것이 있어 자선냄비에서 40달러를 미리 쓴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알려지면서 그 사관은 관둬야 했다."

-감사가 따로 있나.

"구세군은 매년 내부 감사가 있다. 당연히 공개도 한다. 특히 자선냄비의 경우 무엇보다 정부에게 감사를 따로 받는다. 저희 교회도 1년에 2차례 감사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행정안전부에서 감사를 한다."

-구세군 기부금 비리 이슈를 접한 일이 거의 없다.

"사관들이 교회에 부임했다가 교체되는 방식(가톨릭 사제처럼)이라서 재정이나 회계는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 처음 언급한 대로 '병사로 복무하는 자는 자기 생활에 얽매이는 자가 없나니'라는 성경 구절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기업이나 은행 등의 기부가 클 텐데.

"이곳 LA한인사회에서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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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직후 헐벗은 민중에
복음전파와 빈민구제 앞장서


◇구세군(救世軍ㆍSalvation Army)

1865년 영국의 감리교 목사인 윌리엄 부스와 그의 아내인 캐서린 부스가 창설한 개신교의 한 교파. 당시는 산업혁명이 바로 지난 시기로 수많은 남녀노소 노동자가 빈민으로 살아갈 때였다. 기존 영국의 엄격한 계급사회와 심각한 빈부 격차로 일반 민중의 삶이 피폐할 때, 구세군은 빈민 구제 활동과 복지시설 운영에 큰 비중을 두고 사역에 나섰다.

처음에는 ‘기독교 선교회(The Christian Mission)’로 불렸다. 당시 독점자본주의의 심화로 착취당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기독교 정신에 따른 사회선교를 강조하는 구세군 운동에 호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선냄비 유래

“이 솥이 계속 끓게 합시다! 지금 난파된 선원들에게 먹을 것이 필요합니다.” 1894년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어선 한 척이 난파됐다. 구조된 선원들은 가까이 있는 구세군 예배당에서 임시 기거를 시작했다.

당시 구세군 조셉 맥버피 사관(목사)은 음식창고에 보관된 음식으로 이들을 돌보았으나 조만간 모든 식료품이 동나고 말았다. 결국, 국솥을 거리에 걸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외쳤다. 많은 사람이 음식과 옷가지를 가져왔다. 국솥은 냄비가 됐고, 그렇게 해서 자선냄비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모두가 나누는 정신의 상징이 됐다.

◇조직ㆍ명칭

구세군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군대식 조직과 명칭을 갖고 있다. 군대식 체계를 활용하여 구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조직은 크게 봐서, 국제본영 대장-각 사령관-사관-정교-부교-병사로 되어 있다. 가톨릭 체계와 엇비슷하기도 하다. 국제본영 대장은 교황, 각 지역 사령관은 추기경 급이다. 사관은 목사, 정교는 장로, 부교는 집사. 세부적인 계급은 더 많고 명칭도 다 따로 있다.

교회는 영문(營門ㆍCorps)이라고 한다. 세례를 병사입대라고 부르며 이를 마친 사람은 병사가 된다. 신학교를 사관학교라고 칭한다. 성경과 찬송가는 기존 개신교와 똑같다.

◇한인타운 자선냄비

자선냄비 모금 활동은 24일까지 일요일 빼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진행된다. LA한인타운 내 한남체인과 김스전기, 갤러리아 마켓 2곳, 한국 마켓 등 총 5곳에 설치됐다.

▶구세군나성한인교회:(213) 48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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