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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높아지는 내성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펄쩍 뛰어 나오지만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넣고 물의 온도를 천천히 높여주면 뛰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죽어 버린다고 합니다. 아마도 뜨거운 것에 대한 내성이 생겨 견디어 보지만 내성이 죽음의 선을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들의 습관이 그렇습니다. 매운 것을 못 먹던 사람이 차츰 매운 것을 먹다 보면 내성이 높아져서 아주 매운 짬뽕이나 비빔국수도 먹게 됩니다. 아마 마약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미량의 진정제나 진통제 마약을 시작하다가는 내성이 생기고 내성이 높아져서 나중에는 과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 중에 모든 것을 자꾸 하다가 보면 내성이 생겨서 우리의 삶을 망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도박도 그렇고 도적질도 그렇고 심지어 불륜조차도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많이 본 서부영화에서 주먹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입술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 “에이” 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가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새 나오는 액션영화를 보면 옛날 영화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터미네이터’ ‘미션 임파서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 폭력의 잔인성이 옛날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포악합니다.



오래 전 간첩들이 삼척에 나타났다고 하면 우리는 가슴이 철렁하여 어머니는 늦게 다니지 말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연평도에 포격을 해도, 천안함이 침몰을 해도, 술집에서 술을 먹으며 그저 그래 할 정도이고 서해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는데도 전국민이 축구 구경을 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다고나 할까요, 용감해졌다고나 할까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전에는 북한이 대포를 한 발만 쏘아도 정부가 항의를 하고 유엔에서 떠들어 대었습니다. 그런데 원자탄 실험을 해도 꿈쩍하지 않더니 이제는 ICBM인가를 쏘아도 협정위반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뗍니다.



오래 전 닉슨 대통령 때 부통령이던 애그뉴는 뇌물수수죄로 부통령에서 해임이 되었습니다. 그때 그가 받았다는 돈은 10만불인가 20만불 정도였습니다. 아마 요새 한국에서는 그만한 뇌물이면 통반장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경제사범이 터졌다 하면 최소 몇 백억 몇 천억 이상이 되야 하고 몇 조라고 언론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서울시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서초동에도 몇 만 명이 나오고 광화문에는 300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아마 옛날 같으면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면 정부가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끄떡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데모가 몇 달이 계속 되어도 그러려니 합니다.



나는 이런 자극에 대한 내성이 얼마나 높아질 지 걱정이 됩니다. 정말 어느 정도의 협박이면 무서워 할까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고 하여도 꿈쩍 안 하는 사람들이 정말 북한에서 쏜 폭탄이 종로나 압구정동에 떨어져 집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미지근한 물인데 뭘 하며 움직이지 않는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인가요. 내성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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