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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LA중앙일보] 발행 2019/12/0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2/03 18:34

종(鐘)소리는 연말연시에 울려 퍼진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제야의 종소리는 은은하게 들려온다. 어둠을 걷어내는 것, 즉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은은하고 장중하게 들리지만 서양의 종소리는 명료·경쾌하고 어찌 보면 날카롭기까지 하다. 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퍼지는 울림이 달라서 일 것이다.

동양의 종이 주로 바깥쪽에서 커다란 나무 기둥을 부딪쳐서 울리는 방식이라면 서양의 종은 대체로 종 안쪽에 방울이 달려있고 밑에서 줄을 잡아당겨 방울이 왔다 갔다 하면서 치는 방식이다.

12월의 종소리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다. 그런데 그 종소리가 듣기 싫어서 자선냄비 설치를 꺼리는 비즈니스 업주들이 많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그 종소리가 짜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구세군에 따르면 30~40년 전만 해도 두부 장수의 종만 한 것을 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정도의 작은 것으로 대체했다.

종의 역할은 여러 가지다. 시간을 알려주거나 신호를 보낸다. 그중에서도 ‘끝’을 알리는 내용이 주된 역할이다. 시쳇말로 '종 쳤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예전에 종은 주로 조종(弔鐘: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뜻으로 치는 종)의 의미가 훨씬 강했다.

17세기 영국 풍습에는 마을에 사람이 한 명 죽으면 교회 종탑에 종을 쳐서 사람이 죽은 사실을 알렸다. 귀족들은 하인을 시켜 누가 죽었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당시 영국 시인 존 던은 기도문을 썼다.

‘세상 누구도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모래 벌이 씻겨나가도 마찬가지다/ 그대와 그대 친구들의 땅이 쓸려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제목을 짓고, 글에서도 나오는 이 기도문에서 그 누구는 바로 당신이었다. 모든 인간의 삶은 하나로 묶여 있다. 개인은 섬처럼 육지에서 홀로 떨어져 독립된 채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자선(慈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전에는 ‘남을 불쌍히 여겨 도와줌’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존 던의 기도문처럼 남은 타인이 아니다.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남을 가를 구분은 사실상 없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고 시인은 갈파했다.

종소리가 어디서, 누구에게서 나오는 소리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 그 종소리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그것을 알리는 종소리를 시끄럽다고, 짜증난다고 타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종소리를 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는 살아있는 나의 장례식에 가장 먼저 온 조객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사례하는 것이 자선이다. 누구를 위하여 자선했느냐고 묻거든,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답하는 게 맞다.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작아도 울림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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