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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군림하는 지도자, 섬기는 지도자

인류의 역사는 지도자들의 활동기록이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 태조, 정조, 태종,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조선왕조 28대 왕 이름 첫 글자 순서인데 한국역사 공부법이었다.



이처럼 역사에서는 인물 공부가 핵심이다.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워싱턴, 링컨, 넬슨, 진시황, 간디, 처칠, 마오쩌둥, 레이건 같은 영웅호걸들, 공자, 석가, 예수, 소크라테스 같은 사대성인도 중요한 학습내용이 된다.





참사람,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면 존경하는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



자세히 따져보면 사람은 누구나 지도자가 된다. 장교는 병사들의 지도자, 교사는 학생들의 지도자, 사장은 회사원들의 지도자, 부모는 자녀들의 지도자이다. 한데 그런 지도력(leadership)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이해돼 왔다. 그런 점도 있다. 학급의 반장 노릇도 타고난 소질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나라를 통치하는 황제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라고 하면 흔히 목표 달성을 위해 부하들에게 명령복종을 강요하고, 처벌과 투옥을 협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물론 잘 따르는 부하에게는 더러 진급, 포상, 격려도 베푼다. 아무튼 이런 황제 지도력이 오랫동안 당연시 되어 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977년에 리더십 개발의 혁명적 이론이 탄생했다. 바로 섬김지도력(servant leadership)이다. 미국 통신회사 경영자 로버트 그린리프가 저술한 책 이름이기도 하다. 그후 섬김 지도력은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되고 수정되고 보완돼 왔다.



섬김 지도력에 기초해 단체 경영을 했더니 사고나 낭비가 줄고, 구성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생산력이 급상승했다. 또한 가정을 포함해 모든 단체 회원간의 갈등과 싸움이 현저하게 줄고 오히려 조직원 사이에 협력 풍토가 넘쳤다.



섬김 지도력의 대표적 훈련과정 중에는 세족식이 있다. 상관이 부하의 발을 씻겨 주고, 회사원이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행사다. 세족식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시기 전 날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신앙교육프로그램에서 유래한다.



당시 유대문화에서는 하인이 주인과 손님의 발을 씻겼고 제자가 스승의 발을 씻겼다. 예수께서는 그걸 뒤집어 엎으셨다. 지금도 교회에서는 1년에 한두 번 혹은 특별 모임에서 세족식을 갖는다. 기독교와 관련 없는 회사와 단체들도 앞장서서 실천한다. 섬김 지도력의 핵심정신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연말이다. 교회와 동창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총회나 송년모임을 갖는 계절이다. 회장단도 뽑고 예산 결산도 한다. 교회에서도 여러 직분자를 선임한다. 그런데 인사와 재정 문제가 단체 운영에는 가장 큰 두통거리가 된다. 토론 중에 폭언을 일삼고 주먹도 휘두른다. 회의를 질서정연하게 해서 아름다운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지도력의 척도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특히 발을 씻겨주는 마음으로 회원들을 섬기는 머슴형 지도자가 바람직한 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80여 년 전 일이다.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먼저 머리 숙여 인사를 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을 섬기는 자’라는 교육철학을 가진 분이었다. 그 스승을 롤 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후일 미국 국무장관이 됐다. 난마처럼 얽힌 월남전을 매듭짓고, 중국 마오쩌둥 정부와의 외교관계도 수립하여 세계평화 확보에 혁혁한 공로를 남겼다. 헨리 키신저가 바로 그 사람이다. 비판도 받고 있지만 미국 중국은 물론 지구 마을 전체를 섬기는 모범 지도자였다.

이정근 /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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