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토크] 럼(Rum)

서인도 제도가 원산지인 럼(Rum)은 사탕수수의 제당 공정 부산물을 발효·증류·숙성한 술이다. 알코올 도수 45%인 럼주는 독특하고 강렬한 방향이 있어, 남국적인 야성미를 지니고 있다. 럼주는 위스키, 브랜디에 다음가는 제3의 술로서, 서양을 대표하는 싸구려 술이었고, 미국이나 유럽의 젊은 세대에 인기가 있다.



럼은 영어로 Rum, 불어로 Rhum, 스페인어로 Ron이다. 1651년 서인도 제도에서 사탕수수로 주정을 만들었는데, 그때 토착민들이 럼블리언(Rumbullion)이라고 불렀다. 소동, 흥분이라는 뜻이었으나, 따로 럼패션(Rum Passion)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이것이 럼의 어원이다. 또 다른 설로는, 럼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라틴어로 사카룸(Saccharum)이라고 하는데, 어미의 Rum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서인도 제도에는 사탕수수가 심어져 있었다. 그 이래로 사탕수수의 재배가 성행하였고, 서인도제도는 구미(毆美)를 연결하는 중요 지점으로 유럽 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설탕의 공급지로 발전하였다.



17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바베이도스(Barbados) 섬에서 설탕을 생산할 때의 부산물인 폐액(Molasses)에서 처음으로 럼이 만들어졌다. 18세기에 들어 카리브해를 횡행하는 해적이나 동양 항로의 선원들이 마시는 술로서 럼이 인기였다. 영국 해군에서는 1740년경,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해 에드워드 바논이라는 제독이 럼주를 물로 묽게 한 것을 군함 속에서 지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럼은 그 색깔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헤비 럼(Heavy Rum): 진한 색깔에 풍미가 풍부한 타입으로, 주로 자마이카산이 우수하다. 별명이 다크 럼(Dark Rum)이다. 1805년 트라팔카 해전에서 전사한 영국 해군의 명 제독 넬슨(Horatio Nelson, 1758~1805)이 런던으로 무언의 개선을 하였을 때,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관 속에 럼주가 담겨져 있었다. 그 이후 영국 사람들은 다크 럼을 넬슨의 피(Nelson‘s Blood)라고 불렀다 한다.



▶라이트 럼(Light Rum): 색깔이 엷고, 섬세한 맛이 있다. 별명이 화이트 럼(White Rum)이며 쿠바·푸에르토리코·바베이도스산이 대부분이다.



▶미디엄 럼(Medium Rum): 헤비 럼과 라이트 럼의 중간색이며, 별명은 골드 럼(Gold Rum)이다. 남미, 도미니카산이 많다.



럼의 원료는 사탕수수이다. 사탕수수를 부순 뒤 여과한 당액(糖液)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주로 제당 공정의 부산물인 당밀(糖蜜)을 사용한다. 사탕수수의 당밀은 산성으로 풍미가 좋고, 독특한 단맛과 향이 있으며, 55~65%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당화의 공정은 불필요하다.



당액이나 당밀을 발효시키는데, 라이트 럼은 2~4일, 헤비 럼은 5~20일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다. 산발효를 조장하기 위해 발효용 천연 이스트인 버개스(Bagasse: 사탕수수의 짜낸 지꺼기)를 첨가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트균의 영양분인 던더(Dunder: 럼을 증류하고 바닥에 남은 지게미)를 첨가하는데, 이것이 럼 특유의 방향을 내게 한다.



라이트 럼은 페이턴트 스틸(Patent Still)로, 헤비 럼은 팟스틸(Pot Still)로 증류한다. 제1차 증류물은 부성분이 많고 알코올 도수도 낮다. 그러므로, 다시 증류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성분을 제거하여, 안쪽을 그을린 오크(Oak)통에 넣어 숙성시킨다.



갓 증류한 럼은 미숙한 향을 지니게 되므로 오크(떡갈나무) 통속에 저장하여 향미를 증진 시키는데, 라이트 럼은 2~10년, 헤비 럼은 10~12년, 때로는 15년까지도 숙성시킨다. 럼의 색깔은 설탕을 태워서 만든 캐러멜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색깔로 럼을 구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으나, 전술한 대로 화이트 럼, 골드 럼, 다크 럼 등으로 구분한다.

김창수 / CPA·KEB하나은행 USA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