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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벽에 딱 붙어 잠을 자는 '진짜' 이유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2/05 20:01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남(63)
결혼 후 거주해 온 집들의 구조상 언제나 침대 한쪽은 벽에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딱히 자리를 정한 것도 아닌데 남편의 잠자리는 늘 벽 쪽에 위치했죠.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은 대게 벽에 딱 붙어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전 덥고 답답한 걸 싫어하는 남편이 다소 차가운 벽이 좋아 기대어 잠드는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내년 초 이사를 준비하며 생각해 보니 이번엔 침대가 침실 중앙에 놓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침대 정리를 하며 남편에게 물었죠. 침대가 벽에서 떨어져 있어도 괜찮겠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남편의 표정이 제 예상과 다릅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남편이 늘 벽에 붙어 잠든 이유가 나의 잠버릇 때문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매일 밤 같은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부부 사이구나 새삼 또 느낀다. [사진 pixabay]






알고 보니 남편이 늘 벽에 붙어 잠들었던 이유는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잠버릇이 있는 제가 저도 모르게 잠든 사이 몸을 반으로 한껏 접어 남편의 자리를 한참이나 넘어서 있던 탓이었죠. 진짜 이유는 감쪽같이 모른 채 전 그저 특이한 남편의 잠버릇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진실을 확인하고 나니 어이가 없어 한참 웃음이 납니다. 매일 밤 같은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부부 사이구나 새삼 또 생각합니다.

언젠가 아내의 집으로 휴가를 간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따로 산 지 13년, 나는 아내 집으로 휴가 간다"〈오마이뉴스〉2019년 7월 15일) 글을 쓴 남편은 파주에서 아내는 서울에서 떨어져 생활한 지 13년 차 된 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고자 하는 남편의 뜻을 따라 아내는 함께 떠나왔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아내는 출퇴근 거리의 피로가 누적되며 자연스레 다시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죠.

그러면서 각자의 생활에 자연스레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남편은 아내의 출퇴근 주기에 맞춰 본인의 생활을 조절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웃이나 지인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죠. 아내 역시 긴 출퇴근 시간 대신 본인의 취미생활에 투자하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부부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되려 만나게 되면 쌓아둔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대화거리가 풍부해졌다고 합니다.




남편은 파주에서 아내는 서울에서 떨어져 생활한 지 13년 차 된 부부의 사연을 들었다. 부부의 사이가 소원해지지 않고, 되려 만나면 쌓아둔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대화거리가 풍부해졌다고 한다. [사진 pxhere]






물론 가족마다 삶의 패턴과 방향성은 다릅니다. 이 기사의 경우 글을 쓴 남편의 직업적 혹은 개인적인 욕구로 인한 남편의 부재를 아내가 견뎌냈어야 했고, 그 시간들은 늘 아내에게 빚진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배려를 요구하고 요구받는 상태이기에 이제는 아내에게도 자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남편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은퇴를 앞둔 아내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서로가 배려하고 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지내며 서로가 원하는 행복의 적정선을 찾은 셈입니다. 항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지만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부부는 아닐까요?

사람이 저마다 다른데 어떤 것이 좋은 부부의 모습인지 정답이 있을 수 없죠. 매일 밤 같이 잠들어도 우리 남편은 차가운 벽을 좋아하는구나 혼자만 생각하고 있던 저보다 (기사에서 표현한 바에 따르면) 자발적 별거 상태인 기사 속 부부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모르는 나의 모습은 찾으려 들지 않고 상대방의 모습만 바라보는 사이 오해는 깊어져 갑니다. 내가 아는 나와 남편 혹은 아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얼마만큼 일치하고 있을까요?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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