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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빅버드!" 미국의 뽀로로 ‘세서미 스트리트’ 50년 배우 영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12/08 17:26



미국의 최장수 아동 방송인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 샛노란 거대 새가 '빅 버드'다. [AP=연합뉴스]






‘뽀로로’의 미국 대선배격인 ‘세서미 스트리트’의 간판 캐릭터 ‘빅 버드(Big Bird)’를 연기한 배우 캐롤 스피니가 8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가 푸시 알람을 냈을 정도로 미국에선 유명인사다. APㆍ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도 그의 사망을 주요 뉴스로 타전했다. 사인은 고령에 따른 근 긴장이상증(dystonia)이라고 세서미 제작진은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어린 시절 최고의 친구를 잃었다”(NYT) “전설이 졌다”(AP)라는 평이 나왔다.

빅 버드는 뽀로로 캐릭터로 치면 패티 또는 루피 격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WP에 따르면 “조금 바보스럽고 수줍어하지만 인간적이고 따스한” 역을 맡았다. 1969년 세서미 쇼가 시작한 이후 줄곧 빅 버드는 스피니가 연기했다. 영어권 아이들은 빅 버드를 따라 양치질을 시작했고 숫자 세는 법을 배웠다. 빅 버드만의 트위터 계정도 있고 다큐멘터리도 따로 나왔다.

그래도 빅 버드가 누구인지 잘 모르시겠다는 분들 위해 아래 영상 준비했다. 빅 버드가 부르는 알파벳 노래다(https://www.youtube.com/watch?v=qTvhKZHAP8U).


빅 버드의 탈을 쓰는 건 녹록지 않았다. 4000개의 샛노란 깃털이 붙은 빅 버드 탈은 8피트2인치(약 249cm), 무게는 14파운드(6.3㎏)에 달한다. 스피니의 키는 177cm. 때론 걷고 뛰고 부리를 입처럼 움직이는 빅 버드를 위해 스피니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해야했다고 한다. 탈 안에 들어가 손을 길게 뻗어 부리를 움직이고, 목소리 연기를 했다. WP는 “녹화 중 스피니는 10~15분 마다 한 번 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약 반 세기 동안 이 역할을 해냈다.

빅 버드만 소화한 게 아니었다. 스피니는 세서미의 또 다른 괴짜 캐릭터도 연기했다. 쓰레기통에 사는 ‘불평쟁이 오스카(Oscar the Grouch)’다. 빅 버드와 달리 탈을 쓰지 않고 손과 목소리로만 연기하면 됐기에 한결 편했다는 후문. 스피니 자신도 오스카 1인 2역을 즐겼다고 한다. 다음은 쓰레기통에 사는 오스카 캐릭터 영상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tE9uKTgmQvY).


빅 버드처럼 따스함 만점 캐릭터와 상반된 구시렁 캐릭터 오스카를 함께 연기하는 게 심리적 균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오스카 역시 인기 캐릭터다.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와 2009년 단독 인터뷰도 했을 정도다. 당시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이렇게 능청을 떨었다. “내 몸이 온통 녹색이긴 하지만 그건 목욕을 안 해서 그래. 난 원래 오렌지 색이라고. 몰랐죠?” 그 목소리 주인공 역시 스피니였다.




캐롤 스피니와 그가 담당했던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불평쟁이 오스카.' [AP=연합뉴스]






오스카는 세서미에서 ‘알쏭달쏭 명언 담당’이기도 했다. AP가 꼽은 그의 명언은 이렇다. “난 절망적인 게 좋아. 그럼 행복하거든. 근데 있잖아, 난 행복한 게 싫어. 그래서 그것 때문에 절망에 빠진 다니까.” 이런 식이다.

스피니가 82년 NYT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대개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살죠. 하지만 난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았습니다.” 미국인들에게 그는 영원한 동심을 의미한 셈이다. 2009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선 “빅 버드는 6살이니 나는 30년 넘게 계속 6살인 셈”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캐롤 스피니가 2000년 '빅 버드' 연기 공로로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명예 박사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름은 드러내놓지 않았다. 인터뷰를 할 때도 곧잘 ‘스피니’가 아닌 ‘빅 버드’로 임했다. 회고록에서 그가 “아마도 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유명인일 것”이라고 쓴 배경이다. 지난해 은퇴를 발표하며 그는 “빅 버드 덕분에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추모의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세서미 제작진은 그를 두고 “빅 버드가 스피니였고, 스피니 자신이 빅 버드였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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