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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82년생 김정훈’

[LA중앙일보] 발행 2019/12/1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2/12 19:07

최근에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무진기행’ ‘서울의 달빛 0장’을 발표한 김승옥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작품을 떠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상자의 성별이었다. 7명을 뽑았는데 대상 윤성희를 비롯해 모두 여성이다. 남자 소설가는 한 명도 없다. 다른 주요 문학상 수상자도 마찬가지다. 이상문학상은 윤이형, 현대문학상은 백수린(소설)·유희경(시)이 선정됐다. 이상문학상은 본상격인 윤이형을 포함해 4명이 여자다. 현대문학상도 소설과 시 부문에서 여성들이 수상했다. 문학작품 베스트셀러 순위도 여성 작가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여성 소설가 조남주의 작품이다. 소설의 가닥은 주인공 김지영이 태어나면서부터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차별과 불이익의 나열이다. 뿌리깊은 남아선호, 남녀학생 차별, 취업과 직장에서의 불이익, 출산과 육아, 시집과의 갈등, 여성비하의 사회통념 등이다. 각종 차별이 망라돼 있다. 한국사회가 여성에게 가했고, 지금 가하고 있는 전형적인 차별이 김지영이라는 인물에 오롯이 투영돼 있다. 분명 작위적이다. 하지만 책 판매가 100만부를 훨씬 넘었고 영화가 성공한 것은 그만큼 공감대가 컸음을 뜻한다.

문학계의 거센 여성파워에도 한편에서는 여성차별을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문학사에서 작가 앞에 붙인 ‘여류(女流)’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차별적 요소가 강했다. 이에 반작용으로 페미니즘이 여성 문학을 대표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여류’라는 말이 사라졌다. 여성들이 문단의 주류가 됐다. 작품성과 '흥행성'에서도 여성 작가들이 남성을 넘어선다. 오히려 ‘남류(男流)’라는 용어로 ‘소수의 특별한’ 남자 문학인들을 구분해야 할 정도다.

문단 뿐 아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 각 분야에서 남성을 추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대학생 성비 역전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경제협력기구(OECD) 36개 회원국 모두에서 여대생 비율이 남학생을 앞섰다. 아이슬란드는 가장 편차가 심해 여학생 2명당 남학생 1명 꼴이다. 아이슬란드의 한 대학생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학교에 여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남자는 차를 원하지만 여자는 미래를 원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남자 58%, 여자 42%의 대학생 비율이 2017년 기준 여성 56%, 남성 44%로 역전됐다. 여자 대학생이 남자보다 220만명이 더 많다.

특히 올해는 대학교 재학생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의 여성 학사학위 소지자가 사상 최초로 남성 학위 소지자 보다 많아진 원년이 됐다. 여성은 더 이상 소수도 약자도 아니다.

소설 제목의 ‘김지영’이라는 이름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 초반까지 가장 많았던 여자 이름에서 가져와 가장 흔한 성씨인 ‘김’을 붙여 지었다고 한다. 당시 출생한 여성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올해 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들의 출생연도가 모두 김지영과 비슷한 시기다. 사회의 온갖 차별을 ‘종류별'로 겪었다는 세대들이다. 그럼에도 문단의 주류로 섰다.

여자 김지영이 태어난 시절에 가장 많았던 남자 이름은 ‘정훈’이라고 한다. 이제 초라한 ‘남류’를 위해 소설 ‘82년생 김정훈’도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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