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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 읽는 뇌

정명숙 / 시인
정명숙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2/14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9/12/13 16:54

책 읽는 뇌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지난달에 96세의 시어머님께서 심하게 앓으셨다. 워낙 조심하시는 성격이라 2주 만에 회복이 되셨다. 요즘은 소일거리가 TV 보는 일로 국한된 상태이다. 당신 몸이 편치 않으니 TV도 마다하셨다. 시력도 청력도 체력도 다 소진해버려 할 수 있는 일도 흥미 있는 일도 다 사라진 안쓰러운 상황이다.

난 시어머님을 통해 나 자신을 투영해본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취미와 관심은 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력을 잘 관리해야 하겠고 책 읽는 뇌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를 믿고 따르려 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하므로 뇌의 회로가 바쁘게 움직인다. 반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뇌가 퇴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1월 9일에 서울에서 연세대학교 인문학 동아리 ‘자유 교양회’ 창립 50주년 문집 발행 및 창립 기념식이 있었다. 정중한 초대를 받았지만, 참석이 어디 쉬운 일인가. 50년 전인 1969년에 시작된 독서클럽이다. 지구 위에 많은 대학이 있고 동아리가 있지만 50년 넘게 유지해오며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받쳐주는 귀한 독서 동아리 모임이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대학 4년 동안 책을 읽고 토론하고 행동함으로써 가치관과 의식을 형성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했던 귀한 모임은 오늘의 나를 이룬 탯줄이었다. 우리 대학 시절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었다. 독서와 명강의를 도강함으로 진리에 대한 우리의 갈증과 허기를 채우면서도 항상 목이 타던 시절이었다. 놀라운 일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완전히 정복한 글로벌 시대에 사는 젊은 후배들의 불타는 독서 열이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후학들의 선택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처음부터 글을 읽지는 않았다. 문자가 발명된 지는 8000년 전이다. 문자의 발명은 인류가 문명인이 될 수 있도록 가속을 더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회에서는 독서 인구가 가속도로 줄어 서점은 문을 닫고 도서관은 비어간다. 디지털 정보에 중독된 현대인의 뇌는 집중력을 잃고 주의가 산만하고 정서불안에 시달린다. 인간의 뇌는 원래 유연하다. 갓난아이도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눈동자를 두리번거리며 손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지 않는가. 학습과 독서를 통해 집중력을 키운다. 오래 책을 읽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뇌세포는 우왕좌왕하게 되어 정신불안증에 치매로 이어진다.

독서의 첫째 목표는 물론 지식과 정보를 얻음에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외부세계와 잠시 격리된 상태에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 책이 이끌고 가는 세계에 몰입해 새롭고도 신비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책 한 권을 읽으면 거의 한 달은 그 책 속에 묻혀 산다. 마치 한 편의 긴 영화를 본 듯이 뇌리에 가슴에 긴 여운과 파장을 남긴다. 사람은 깊이 읽을 때 깊이 생각할 수 있다. 부모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들의 뇌는 높은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책 속에 나오는 단어들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보다 다양해 인지능력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유아기에 부모의 무릎에 앉아 책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이를 시각화하고 상상력을 키우며 창의력으로 발전시킨다.

뇌는 백색 질과 회색 질이 있는데 창의력과 사고력은 백색 질에서 일어난다. 독서를 많이 한 뇌는 백색 질의 신경망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독서는 또한 인간의 사회성을 증진하고 옳고 그름을 선별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뇌는 퇴화하고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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