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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이 남자들의 사랑법

믿는다. 어떻게 믿나? 특별히 바람기가 있는 사람 아니다. 그러나 감시의 눈초리를 뗄 수가 없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많은 아내들을 불안하게 한다. 하루 24시간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며 어느 순간 이성의 감정이 확 불붙어 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왠지 내 남편은 멋져 보인다. 모든 여자들이 가슴 설레며 내 남자에게 들이댈 것 같다.

내 가정, 내 남편, 내 아내, 내 가족을 누가 지켜 주겠나. 최선의 방법으로 하늘에 맡기고 편하게 사는 방법은 있다. 말은 쉬운데 그게 잘 안 된다는 하소연이 대세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정해진 이론대로 잘 굴러가면 배우자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쏘아 댈 필요는 없다.

서로 눈이 맞아 선택하고 필요에 의해 결혼하고 오랜 세월을 함께 지냈어도 같지 않은 면이 생긴다. 먹는 습성, 잠버릇, 인생철학, 취미생활, 신앙에 이르기까지 달라도 그리 다를 수가 있을까 싶게 다른 두 사람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 적당히 신경 끄고 적당히 인정해 주면서 공존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내가 속해 있는 무선협회 회장이 뜬금없이 날짜를 잡고 고급 식당을 예약하고 남자 회원들의 어부인들을 초청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중 몇 안 되는 여자 회원도 함께 초청한단다. 송년회가 2주 앞인데 뭔 소리냐고 되물으니 미리 만나서 얼굴 익히면 송년회 때 편안하게 만날 수 있지 않겠냐고 소곤댄다.



내 입장에서 보면 돈, 시간 낭비라고 단정했다. 연장자로서 한 소리 하리라 마음먹고 인상을 썼더니 회장님의 소곤댐이 길어진다.

우선 남편이 밤낮으로 무전기에 빠져서 수다가 늘어진다. 간첩인 양 암호를 불러대며 쏼라하는 꼴이 보기 싫다. 더구나 그들이 모여 송년회를 한다니 참석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회장직 수행하면서 돈, 시간, 열정 모두를 쏟아 붓는 통에 그놈의 회장직도 마감하라는 불호령이다.

같은 문제로 속 타는 아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밥 한 끼에 입 열고, 한 잔 걸치며 마음 열어 불만을 쏟아 낸다. 다 똑같은 문제로 속 끓이며 살았다. 미워서 눈도 안 맞추고 겉돌던 부부생활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지긋지긋하게 회장이랍시고 이것저것 도움을 청했던 남편이 새삼 더 멋진 사람이란 것도 깨닫게 된다.

봉사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까짓것, 한 번 더 회장 마누라 노릇 확실하게 해서 남편을 도와주리라.

객관적 입장에서 내게 느껴지는 남성 회원들의 아내 사랑이 각별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들의 취미생활에 몰두할 수도 있다. 억지로 아내의 이해를 끌어 낼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남편들의 고운 마음 때문에 마음 어수선한 연말이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부들이 이해와 사랑과 존중함으로 가정을 꾸리기를 바란다.


노기제 / 전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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