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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암탉이 울어야 한다

[LA중앙일보] 발행 2009/02/1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9/02/10 18:56

수잔 정/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한국의 속담중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번뜩이는 것이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환자나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속담을 많이 사용한다.

그 중에서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나의 어머니가 자주 쓰시던 말로 정신과 환자들의 가족이나 부모에게 잘 해당되는 치료지침이다. '우는 아이'는 마음이나 몸이 아프거나 주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면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니 건강한 아이들보다 더 많은 '떡(관심 칭찬 인내 등)'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가족들이나 친지 의사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본인이 최대한의 표현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싫어한다. 얼른 들으면 '집안에서 여자가 너무 설치면 안된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모든 '여성(암탉)'의 열린 표현 특히 불안이나 우울 분노같은 부정적 표현을 억제시키려는 유교의 산물인 듯도 하다.

그래서 한국인 특히 여성들은 마음의 병을 숨기려 들고 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온 가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우울한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없고 화가 많이 나고 사랑에 굶주리며 그들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런 아내와 사는 남편은 무능하게 느껴지고 만사에 의욕을 잃는다.

여성에게서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에스트로젠)은 두뇌에 영향을 주어 우울증을 일으키기 쉽다. 그래서 나는 '암탉이 자꾸 울면서 떡을 받고 행복해져야 집안이 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최근에 출판된 책 '위시풀 드링킹(Wishful Drinking)'은 바로 한 '암탉'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울면서 고백한 자서전이다. 19세때 영화 '스타워즈'에서 '프린세스 레아'로 출연했던 케리 피셔의 음주벽과 조울증으로 얼룩진 슬픈 항로의 발자취이다.

유명한 가수였던 아버지 '에디 피셔'가 가정을 버리고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가버린 후 그녀는 엄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인기와 유명세에만 연연하던 '데비 레이놀즈'가 그녀의 엄마였는데 그녀는 딸만을 돌아보기에는 야망이 너무 컸었다.

폴 사이몬과의 결혼에 실패한 후 그녀의 음주와 우울증세는 더욱 심해져서 전기 쇼크 치료와 강제 정신병 입원이 잦았다. 그때마다 그녀는 '수치심'이라는 말을 써놓곤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의 참혹하고 수치스러운 인생을 일인극이나 연극 각본으로 써내었다.

인생의 바닥을 쳤던 사람들은 그래서 용감해질 수 밖에 없나보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다시 자신을 추켜올려야 할 수 밖에….

'나는 이제 54세가 되었다.' 그녀의 책 첫머리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제2의 성인기를 맞는 때이다.

나는 불행했던 이 '암탉'의 울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기 바란다. 그래서 그들의 아픈 마음에 위로가 되고 지옥같이 힘든 현재의 우울병에서 용감하게 치료를 받고 새 인생을 헤쳐나가기 바란다.

더 바란다면 그들 자신들의 이야기도 동네방네에 퍼뜨리기 바란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이나 과학자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가면서 더욱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제 암탉들이 마음껏 울 수 있는 집 이들이 모여사는 이민 사회가 올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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