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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비핵화 실패 대비한 대응책 마련 시급

한반도 핵시계가 2년 전 위기로 회귀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일 동창리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단행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으며, 북한 외무성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반발했다. 북한이 선포한 ‘연말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발표할 ‘새로운 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지난 2년간 진행된 현란한 북·미 정상외교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는 다르다는 환상을 가지고, 트럼프는 북한 언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2018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톱다운 채근에도 불구하고 이후 8개월간 실무회담에서 나타난 것은 여전히 구패러다임과 옛 입장이었다. 양측은 로드맵은커녕 기초적인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개념조차 공유하지 못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과 환멸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앞으로 비핵평화 프로세스는 스몰딜, 빅딜, 노딜 중 하나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한국은 각각의 경우에 따라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스몰딜은 중간 정도의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것이다. 대통령 재선 출마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 만한 것으로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트럼프는 과거 행정부들이 스몰딜에 합의했다가 북한에 과실만 빼앗긴 채 배신당했다고 줄곧 비난해 왔으며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도 스몰딜보다 노딜이 낫다는 입장이다. 설령 스몰딜이 전격 합의된다 해도 이내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빅딜은 싱가포르 합의를 구체화하는 포괄적 교집합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포괄단계안으로서 북·미가 전면적 협상에 나서 모든 주요 조치들에 사전 합의한 후 단계별로 집행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1단계에서 핵 시설 폐기-평화체제를, 2단계에서 핵 물질 반출-관계 정상화를, 그리고 3단계에서 20~30기로 추정되는 북 핵무기 반출-제재 전면 해제 및 대규모 경협 제공을 교환한다. 1단계가 실현되면 자동으로 2단계, 3단계로 넘어가도록 에스크로(escrow) 방식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함으로써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사활적 당사자로서 한국 정부가 북·미를 설득해 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로써는 가장 가능성이 높고 위험한 길은 노딜이다. 그 경우 북한은 “비핵화가 더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에서 “전략적 지위의 변화”를 굳히려 할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북한에 길은 둘이다. 하나는 본격적인 핵 및 ICBM 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통하여 미국과 전면적 대결을 재개하고 중국·러시아와 함께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미국의 전면적 경제 제재로 오히려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길은 파키스탄 모델이다.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자제하고 점진적으로 대외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핵보유국 지위가 서서히 수용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전 모델은 제재 해제와 핵 보유를 동시에 추진하다가 실패한 북한에 새로운 매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할 경우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진력해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군사 행동과 제재에 직면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한 북핵 대책을 내놓으라는 국내적 압박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패권 충돌이라는 거대한 체스게임마저 보태진다면 퍼펙트 스톰이 될 수도 있다. 정책 담당자들의 안목과 지혜가 전례 없이 도전받고 있다.


권만학 /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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