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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불씨를 지피는 세모의 꿈

열두 달로 막을 내리는 세모의 길목이다. 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하지 않아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 각종 단체가 행사를 위하여 화려한 축제 분위기를 돋우며 분주하게 불러댄다. 피곤하게 서 있는 숱한 가슴들을 향해 학연, 지연의 미소와 상업화된 선물들이 손짓하고 있다. 춥지 않을 것처럼 흥청대는데 사람들은 아직 못 가진 것에는 불만을, 이미 가진 것에는 감사할 줄 모른다. 그들의 겨울은 그래서 더욱 춥고 더욱 외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추울 때 세상을 데우는 온기의 원천이 있다. 그것이 성탄의 불씨이다. 그 길은 먼 광야의 길, 거칠고 험난한 길이었다. 지난해 무대를 되돌아본다. 오랫동안 푸름으로부터 유리된 삶 속에는 뼈끼리 부대끼는 깡마른 아픔이 있었다. 여름의 그 무성한 초록의 행방을 목말라하며 속마음 깊이 상처 입고 찬비에 젖어 길바닥에 낮게 달라붙어도 낙엽의 꿈은 봄이었다.

추운 사람들에게 모닥불을 피워 주고 또 외로운 사람들을 모닥불로 모여들게 하는 성탄은 모체 불씨이다. 불씨는 자기희생이다. 완전 헌신이다. 자기에게 불이 없으면 남을 데워 줄 수 없기에 우리 모두의 가슴에 불씨를 지피는 소망의 계절을 허락 받았다. 하늘에 영광, 땅 위에는 평화! 기뻐 춤추며 환호해야 하는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사이 성탄은 너무 상업화되어 참 불씨가 그 계절의 주인인지 아닌지를 구별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하늘 보좌로 자리바꿈한 지상의 용서받은 죄인들, 그 가슴에 불씨 하나로, 빛에 거하게 된 것은 은혜 중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불씨는 바로 생명의 씨앗이다. 불씨 하나 품지도 않고 활활 타는 불덩이를 기대할 수는 없듯이 씨앗도 없이 열매부터 겨냥하는 사람들 틈에 끼여 성급하게 살아 오지나 않았는지 말이다. 과정이나 환경의 소중함보다 늘 열매 지향적이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절이다.



세상에는 씨를 전하는 상점들이 있다. 팔고 사는 흥정의 현장이 아니다. 사역의 현장은 신앙의 씨를 그냥 주고만 있다. 성령 개입으로 씨를 얻을 뿐만 아니라 씨를 뿌리고 씨를 심을 땅뙈기마저 거저이다.

마음속부터 감사를 불러일으킨다. 감사하는 마음은 푸른 하늘을 가슴에 담는 여유이다. 폭풍우가 심한 일상이 푸른 하늘을 봉투 안에 잠그고 감사함을 모르는 손길은 하늘을 가둔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한다. 이제 세모의 길목은 봉투 안에 갇힌 불씨를 끄집어내 나누어야 할 때이다. 씨앗의 초심을 기억하는 믿음의 나무, 바람에 견고히 서 있는 나무,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인가? 그늘을 주고 새소리를 주고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는 생명나무는 우리의 친환경 첫 번째 친구가 아닌가? 묵은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을 때 그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씩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새해, 새 하늘은 불씨 하나 가슴에 지핀 자의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발아는 한 톨의 씨앗이었다. 아기 예수의 사랑 씨앗을 선물로 받고도 우리 가슴은 생명을 움 틔우기에 는 너무 메말라 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씨앗을 찾고 불씨를 지피는 사람, 이 세모의 꿈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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