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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민의회 ‘감사 편지’ 논란

지난 9일 LA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정례회의에 올라온 안건 하나가 늘 만장일치를 외치던 대의원들을 극명하게 갈랐다.

바로 LA시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편지’ 전달하자는 것. 문제는 첫 주자로 선정된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원. 평화롭던 주민의회는 오랜만에 날선 목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한 한인 대의원은 발언시간 시작과 동시에 “해준 게 뭐 있다고 감사 편지냐. 말도 안 된다”라며 격분했다.

해당 안건을 발의한 앤디 갈란 대의원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한 지역 사회를 대표해 수고해준 정치인에 그저 감사를 표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회의장은 흥분 상태였다.

지난해 5월 웨슨 시의원은 한인타운 중심가에 노숙자 임시 셸터를 설치하겠다며 한인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한인들은 분노했다.



수천여명이 한인타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를 외치며 타운에 역사적인 시위 현장이 펼쳐졌다. 주류사회에서 ‘님비(Not in My Backyard)’라는 손가락질이 이어졌지만 한인들은 아랑곳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3개월간의 싸움 끝에 타운 외곽으로 셸터 건립지가 옮겨지며 이슈는 무마되는 듯했다.

하지만 타국살이에 고된 한인들이 자식마냥 키워온 한인타운에 대한 그의 일방적인 행보는 한인들에 상처로 남았다.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한인들에게 그의 이름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그 날을 상기시켜주는 흉터나 다름없다.

주민의희 정례회의에서 얼굴을 붉히며 웨슨 감사 편지를 반대하는 한 한인 대의원의 행동을 지켜보던 한 타인종 주민은 “It's nothing…(별것도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며 실소를 터트렸다.

사실 그랬다. 연말 인사 치레로 감사의 말 몇 줄이었다. 그저 한 해 동안 수고했으니 앞으로도 커뮤니티를 위해 더 힘써달라는 묵시적 표현이었다.

한 백인 여성 대의원은 “커뮤니티를 위해 시의원들과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면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피력했다. 편지 하나에 핏대를 세우는 한인들이 유난스러워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 몇 줄의 감사 인사는 셸터 이슈 당시 긴박했던 그때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다. 당시 한인들의 절박함이 가볍게 묵인되는 것이다. ‘과거는 잊고 앞으로 잘해보자’ 식의 독려는 양방이 모두 과거를 털어버렸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이미 상처가 된 한인들은 필사적이었던 그 시간을 단 몇 줄의 감사로도 포장할 수 없다. 수십년간 타운을 일궈온 한인들의 노고를 무시한 시의원의 1년간 수고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날 웨슨 감사 편지에 찬성표를 던진 한 대의원과의 통화에서 그는 “처음에 이해가 안 갔어요. 수고해 준 시의원에 감사하다 말하는 게 그렇게 반발할 일인가 했죠. 근데 그만큼 한인들에 아픔이었나 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이날 한인들의 행동은 지당한 것일 수도 있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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