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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북한이 트럼프 협상 스타일 읽는다면

“하루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이라고 했다가 다음 날은 매우 좋은 관계라고 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협상 전략이냐?”(기자)

“유감스럽게도 그게 내 협상 방식이다. 지난 수년간 이 방식이 나에게는 매우 잘 들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난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기자의 비판적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방어적 태도로 쏘아붙였다.

트럼프식 협상의 결과물이 나왔다. 미·중이 13일 발표한 1단계 무역 합의다. 지난해 7월 관세 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지 17개월 만이다. 트럼프 협상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에겐 실질적 합의보다 ‘정치적 승리’가 중요했다. 중국을 손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켰다고 주장하기 위해 ‘스몰 딜’을 택했다. 내년 대통령 재선을 위해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는 트로피가 필요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사주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트럼프는 500억 달러 규모라 주장하고, 중국은 침묵하고 있다. 그 대가로 중국산 상품에 매기는 관세를 취소하거나 깎아줬는데, 언급을 자제하면서 농산물만 부각하고 있다.



상대의 ‘버티기’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미·중은 지난 5월 합의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합의안이 지금 것보다 미국 요구를 더 충실히 반영했다. 관세를 거둬달라는 중국 요청도 거절했고,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고치는 구조 개혁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강경파 반발로 협상은 깨졌다. 중국은 버텼다. 다시 협상에 나왔을 때는 관세 철회를 얻어갔다. 구조 개혁은 삭제됐다. 중국이 트럼프를 능숙하게 다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3년간 상대방들은 트럼프 협상 스타일을 학습했다. 처음엔 충격과 위협으로 긴장을 끌어올리지만 결국엔 지극히 평범한 절충안으로 끝맺기를 반복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북한과 이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사례는 많다. 여기엔 ‘오판’의 위험이 존재한다. 트럼프 협상 공식이 반복된다고 확신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무역 협상과 달리 국가안보 분야는 사건이 의도하지 않게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위험이 더 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 미·중 무역 협상에서 엉뚱한 교훈을 얻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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