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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서향(西向) 집에서

제가 일본에서 머무르고 있는 집은 서향입니다. 한국에서는 서향집을 잘 짓지 않고 서향집은 값도 남향이나 동향에 비해 싼 편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교토 시내에서 서쪽에 위치한 곳 서원(西院)이고, 집은 서향이니 완전히 서쪽으로, 서쪽으로 와 있는 느낌입니다. 도시의 서쪽 생활을 하는 겁니다. 처음에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약간은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했을 겁니다.

언어에서 좌와 우는 특별한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좌와 우를 합쳐서 좌우라고 하지 우좌라고는 안 합니다. 좌의정과 우의정은 누가 높을까요? 우익과 좌익, 좌파와 우파는 기원이 어떻게 될까요? 신체에서 오른쪽은 ‘옳은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왼쪽은 나쁘게 봅니다. 오른쪽을 다른 말로 ‘바른쪽’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오른손이 바른 손이기도 합니다. 바른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른쪽을 좋게 본 겁니다. 영어의 ‘right’도 마찬가지의 의미입니다.

왼손잡이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문화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왼손잡이를 안 좋게 보는 것은 무기를 드는 손과 육아를 위해 아기를 안는 손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무기를 왼손에 들면 방패를 오른손에 들어야 해서 심장 막기가 어렵다는 의견이고, 왼손잡이는 아가를 오른손으로 안아야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러면 아기가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둘 다 심장과 관련이 되네요. 갑자기 패닉이 부른 ‘왼손잡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네요. 왼손잡이가 차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차별 덕에 왼손잡이는 양손잡이인 경우도 많습니다. 왼손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기 바랍니다.

제가 머무는 곳의 주소가 우경구(右京區)여서 흥미롭습니다. 보통은 서쪽은 왼쪽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여기 지명은 왼쪽에 있지만 우경구라고 하는 겁니다. 한편 교토의 오른쪽은 예상대로 좌경구(左京區)입니다. 특이한 지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지역 구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남쪽을 향해 앉아서 정치하기 때문에 황제의 시각을 방향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황제가 보기에 오른쪽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왼쪽이 되고, 황제가 보기에 왼쪽은 우리가 보기에는 오른쪽이 됩니다. 교토의 지역 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왕의 시각을 담고 있는 지명입니다.



좌의정, 우의정의 구분도 비슷합니다. 좌의정은 임금의 왼쪽에 해당하며 동쪽입니다. 우의정은 임금의 오른쪽이지만 서쪽에 해당합니다. 살아있는 삶에서는 좌상우하의 법칙이 적용되는데 그래서 좌의정이 높은 지위가 됩니다. 우익과 좌익의 관계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종종은 이름 때문에 싸우기도 합니다. 좌와 우의 싸움이 한계를 모르고 계속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좌파, 우파의 이름 구별이 없었다면 싸움도 줄어들었을 수 있습니다.

서향은 의외의 장점이 있습니다. 서향에 살아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매일 저녁놀을 바라볼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동향에 산다고 해도 아침에 해돋이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척 부지런하여야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해넘이는 볼 기회가 많습니다. 저무는 해를 보는 것은 특별한 상념을 줍니다. 오후에 햇볕이 한가득 들어오는 것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물론 오후에 집에 있어야 가능한 경험입니다. 일본어 학교에 다녀와서 맞이하는 햇볕은 또 한 번의 아침을 느끼게 합니다. 서향의 장점을 실컷 누리고 가겠습니다. 매일 보는 해넘이에서 남은 삶을 그려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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