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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분열과 각자도생의 시대로

2019년 지구촌은 정말 시끄러웠다. 어떤 나라는 국민들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인양 두 동강이 나 싸웠고 어떤 나라는 국민들이 합심해 정부를 상대로 피흘리는 시위를 벌이느라 어느 한 나라 조용한 곳이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 새해에는 나라마다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2020년은 거의 사생결단의 혈투까지 예고하고 있다.

2019년 마지막 달에 영국 국민들이 결국 브렉시트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지만 홧김에 저지른 일이었는지 그 이후 3년 넘게 엄청난 진통과 국론분열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지난 12일 총선에서 브렉시트 강행을 주장하는 보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면서 이제 브렉시트는 현실이 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주목되는 것은 오늘날 세계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향하는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택한 그해 6월 미국에서는 글로벌 리더십이 아니라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고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유럽 나라들은 극우세력이 득세하면서 국경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지구촌 164개국은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됐고 개방과 세계화는 시대의 대세였다. 그러나 이제는 나라들이 개방이 아니라 고립을 택하고 있고 탈세계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저런 엑시트(Exit)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세계화 덕분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떠맡은 중국이나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글로벌 인재를 제공하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상품 뿐 아니라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선진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겼고 세계화는 국가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평등을 확대시키며 빈부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됐다.

그러나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국제교역이 정체하고 감소하면 글로벌 전체의 생산과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외려 글로벌 불황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고 세계 각국은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다시 택하기 이틀 전, 세계화를 상징했던 무역분쟁 해결기구인 WTO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 상대국인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았다며 상소 위원 보이콧을 선언하고 지속적인 고사작전을 펼쳐 결국 WTO를 무력화시켰다. 국제무역에 적용돼온 규칙이 사라지고 무역분쟁이 경제대국의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약육강식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직과 노후를 걱정하며 살고 있는 우리네 보통사람들도 이제 스스로 살길을 찾아 각자도생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직장인 여론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 3위에 오른 것이 각자도생이었다. 1위는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의 ‘전전반측’, 2위는 애만 쓰고 보람이 없다는 뜻의 ‘노이무공’이었다. 한때 최고의 화두였던 웰빙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동체란 말도 힘을 잃었고 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고 하니 춥다. 각자도생을 다짐하는 올 연말은 더욱더 춥다.


신복례 / 기획콘텐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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