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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한여름 속 성탄절

12월 달력을 넘긴다. 1년 전 보관한 상자를 열면서 마음이 흥분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어 조립하고 장식한다. 스타킹, 리본, 종, 루돌프 장식물을 단다. 손주 모습이 담긴 사진 오너먼트도 나무에 건다. 가족의 웃음이 나무에 매달린다. 기쁨이 열린다. 반짝거리는 작은 전구가 달린 줄을 빙빙 돌리고, 나무 꼭대기 위에 큰 별을 달면 성탄절 나무 장식이 완성된다.

예전에 다녀온 여름 속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난다. 남태평양의 호주를 방문했다.

푸른 빛을 배경으로 흰 조가비 모양의 오페라하우스가 초점이 되어 곁으로 뻗은 하버 브리지가 시내로 이어준다. 시내에 서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앞으로 다가갔다.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의 위엄을 갖춘 모습에 나는 보잘 것 없는 할머니가 된다. 옆 건물에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이라는 사인이 있다. 안에 들어서니 크리스마스 상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고 복도의 중앙에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화려한 장식품으로 치장하고, 이때를 위해 기다린 듯 고객을 반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성탄 빛으로 물든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밖에 나오니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이다. 사람들이 반소매,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리는 산타는 낯선 크리스마스의 풍경이다.

너무 더워서 산타 할아버지가 수영복을 입고 오실까?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팜트리 아래에서 쉬는 산타를 상상해 본다. 썰매 대신 파도 위로 요트를 타고 오실까? 선글라스를 끼고 서핑하며 올 수도 있겠지.

루돌프의 빨간 코는 태양 아래 그을려 검게 탄 채 등대 역할을 할 게다.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바비큐를 구우며 이색적인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지구 반대편의 성탄절 모습을 눈에 담아 익숙게 한다.

흰 눈과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는 없지만, 세계 곳곳의 성탄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같기 때문이다. 하얀색이든 푸른색이든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산타가 겨울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한다.

시린 손을 호~ 불다가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지구촌 구석구석 어린이를 찾아가길 바란다.

추위를 더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인다. 불길이 활활 통나무를 붉은 빛으로 감아 오르며 굴뚝을 향해 오른다. 냉랭한 공간에 따뜻한 기운이 금세 퍼진다.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준다. 성냥팔이 소녀의 언 손을 녹여주고 싶다. 노숙자에게도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성탄절이 되겠지.

소외된 이웃과 나눌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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