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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오지랖은 이제 그만

이수임 / 화가·맨해튼
이수임 / 화가·맨해튼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2/2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12/27 18:22

“부부 사이가 좋은가 봐.” 오프닝에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좋기는요, 그냥 의리와 책임감으로 사는 거지요. 잘살아 보겠다고 새벽부터 애쓰는 것 보면 안 돼서 측은지심도 들고.” “그게 사랑이지. 뭐야.”

나를 애지중지하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난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생각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착각이었다. 우리 엄마는 약한 내가 아플까 봐 자는 나를 깨우지 않고 보약을 철마다 먹였다. 시어머니는 보약은커녕, “너는 왜 이렇게 약하니?” “왜 잠이 많냐?”며 따뜻한 LA에 가서 애들 풀어 놓고 누어 자빠져 자는 내 꼴을 못마땅해하셨다. 본인이 워낙에 건강하시고 평상시에 쉬지 않고 일하셔서 내가 꾀를 부린다고 생각하신 건지?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없는 살림 꾸려나가느라 힘이든 모양이다’라는 시어머니의 측은지심은 없었다.

난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아프다. 피곤하면 이석증으로 머리가 빙빙 돌고 소화를 시키지 못하다 여러 날 앓는다. 그래서 남의 집에 가서 잠을 자지 못한다. 여행 가서도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를 무척 예뻐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난 남편에게 아버지가 나에게 해줬던 것을 기대했다. 다행히도 남편은 자는 나를 깨우지는 않는다. 아파 빌빌대느니 푹 자게 놔둔다.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자기와 사느라 고생했다는 동정심은 있는지 내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자 동생이 싱글일 때는 잘 지내고 있나? 사귀는 남자와는 잘 돼 가는지 궁금해하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결혼 후 멋지고 능력 있는 남편 만나 딸 하나 낳고 잘 사는 것을 보니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남자 동생은 워낙에 여자 형제들보다 월등히 잘 사니 더욱 신경 쓸 일이 없다. 한동안 나는 엄마의 정을 언니에게서 느끼려고 했는지 뒤늦게 미국에 온 언니와 가깝게 지내려고 애썼다. 그러다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니에게는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이 항상 함께하는데 내가 왜? 그동안 언니 일에 참견한 것이 언니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니에게 미안하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툭하면 서울에 전화해서 자문했다. 아버지가 늘 현명한 조언을 해주셔서 살기가 수월했다. 조언을 구하다 가끔은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해 투덜대면 “네 걱정이나 해라. 너나 잘 살아”라고 다독거리셨는데 돌아가신 후 아버지 말씀을 잊고 오지랖을 떨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 오지랖으로 이어져 주위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했다. 그리고 핀잔만 들었다. 남을 위한답시고 오지랖 떨어서 나에게 이득이 된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오지랖 떨 시간에 조신하게 남편에게나 잘해야지. 새해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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